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잘만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하나가 되는 만남이다. 남녀가 만나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결혼이다. 서로가 만나 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식을 낳으면서 많은 것을 일궈간다.
지난 2008년 6월 공동으로 도청을 유치하는 그 순간, 안동과 예천은 하나가 될 운명을 가지기 시작했다. 결혼에 비유하자면 하나가 되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자식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 놓고 아빠는 홀로 남아 경제생활을 하는 기러기 아빠, 냉전기를 가진 채 별거하면서 가정을 꾸리는 부부, 오순도순 한 지붕 아래서 자식을 낳으며 미래를 설계하는 부부도 있다.
6:4의 비율로 안동과 예천에 분할 입지한 신도시에 안동시와 예천군이 각기 단독으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하나의 도시 안에 두 개의 행정이 병렬로 존재하는 이원화된 도시로 존재해서는 과연 명품 신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누구나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청 신도시의 행정서비스 통합공급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도청 신도시 소재지인 안동과 예천은 향후 북부지역의 여타 지자체는 물론 포항과 구미의 산업도시와 상생해야 할 막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내년이면 도청이 이전되고 역사적 과업이 시작된다. 도청이전은 행정구역 일치, 낙후지역발전 등 다양한 이유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많은 경북도민들은 도청의 이전이 경북도 역량강화의 큰 전환점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안동과 예천 두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유산, 그리고 정체성과 애향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획일적인 잣대로 하나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북 북부지역으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여러가지로 닮아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안동과 예천의 통합논의는 당위성만 제기되고 있을 뿐,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고있다. 안동과 예천, 그리고 시·군의회는 물론 시군민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북도청도 적극적으로 중매에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당사자들이다. 진전이 없으면 풀어가는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 행정통합 등 지나치게 거창한 이슈만을 중간에 놓으면 원론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다.
실타래를 풀듯이 이런 방법은 어떨까. 도청과 유관기관들이 이전하면 사람이 이동한다. 사람이 이동하면 경제와 상권도 이동한다. 도청과 유관기관이 이전하면 크고 작은 업체들이 동시에 이동해야 한다. 안동과 예천은 여기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자장면집에서부터 문방구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업체들이 도청과 함께 동시에 대구에서 이동할 수는 없다. 대부분은 안동과 예천지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천혜의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냉엄한 것이어서 그냥 물꼬를 틀 수는 없다. 천혜의 조건을 이용하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 부분은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은 대구지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
`사람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안동과 예천의 상인연합회도 좋고, 상공회의소 관련자도 좋다. 서로 머리를 맞대 대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입만 벙긋하면 서민 경제 활성화를 외친다. 그런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안동과 예천지역민들에게 경제 활성화라는 황금 같은 찬스가 오고 있다.
업종별로 상권을 그리며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데, 왜 머뭇거리나. 안동과 예천이 어떤 형태로 통합돼야 하는지, 왜 통합해야 하는지 구구절절한 설명은 뒤로 돌려도 좋다. 그런 다음에 통합을 논해야 한다. 안동시와 예천군도 만나고, 시·군의회도 만나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