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모든 길은 끝난 것 같지만 끝난 게 아니다. 길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영원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리라. 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그 시작을 주도하는 사람이 있는 한 길은 영원히 이어지고 시작은 끝없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한없이 희망을 가지고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