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형 도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가난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재구성하고 있는 시인의 언어는 진솔하고 현재 진행형을 견지하고 있음이 특이하다. 시장에 열무를 팔러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는 소년의 외로움과 공포심이 지금도 눈시울을 뜨겁게하고 그 눈물이 가슴으로 흘러옴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회상을 불러일으키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