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 사고로 돌아가 보자. 1980년 7월23일, 사고 후 16개월 만에 처음 격납건물 안으로 사람이 들어갔다. 그럼, 왜 16개월이나 걸렸을까. 이유는 의외로 황당하다. 그 안으로 들어가도 안전한 지에 대해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들어가 보고서야 훨씬 이전에 들어가도 문제없었을 것이란 사실을 알게됐다. 첫날 2명이 22분간 들어가 본 후, 다음날 비로소 2천명이 출입하게 된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사고해석 기술이나, 사고대비 설비나 지침이 부족했다. 이후 원자력 산업계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사고대응능력과 설비를 갖추게 됐다. 즉, 이제는 안심할 정도로 충분히 안다고 봐도 되겠다.
이제는 월성원전의 중수로에 대해 알아보자. `중수로`는 연쇄반응의 매개체인 중성자를 감속하기 위해 중수(重水)를 사용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경수(輕水)인 반면, 중수는 중수소(重水素)와 산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물을 말한다. 자연의 물 중에는 약 0.015%의 중수가 포함되어 있다. 중수소는 중성자를 흡수하면 삼중수소(三重水素)가 되는데, 삼중수소는 불안정해서 에너지를 방출하고(베타붕괴) 안정한 원소인 헬륨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 즉, 방사선이 사람에게 약간의 해를 끼칠 수 있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배 속이 불편해서 방귀를 끼고 나면 편안해 지고, 냄새가 문제되는 것과 같다.
또한 99% 농도의 중수는 대단히 고가이다. 1ℓ에 약 26만원 정도. 가격을 떠나서, 삼중수소가 되었을 때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수로 원전에는 다양한 대처설비가 있다. 중수누설을 탐지하고 수집, 회수하는 설비와 심지어 대기 중에 있을 법한 중수 습분까지도 걸러내는 설비도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삼중수소제거 공장까지 완비해서 가동하고 있다.
며칠 전 정비를 위해 정지된 발전소에서 소량의 중수가 흘러나온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만큼 위험한지, 왜 위험한지 체감하는 사람은 드물다. 작업자에게 주의를 주는 제한량의 불과 1.7%정도 노출되었다. 위험성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이해해서 안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달 중순 월성원자력본부는 경주YMCA와 `원자력 아카데미` 개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월성본부가 추진 중인 `안심 소통 대책`의 일환으로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원자력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일반시민 대상 `원자력 이해 제고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이제는 원자력 안전을 넘어 국민이 안심할 정도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