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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이슬람, 대립과 갈등의 이유

등록일 2013-02-20 00:08 게재일 2013-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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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준 수필가

2001년 9월11일, 뉴욕 무역 센터 폭파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앉겨 줬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번 기회에 테러리스트를 발본색원 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이번 사건의 배후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것이 밝혀짐에 따라 기독교와 이슬람의 `문명의 충돌`이라고들 하는데, 엄격히 말하면 타협이나 공존을 거부하고 자기만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믿는 독선적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기독교 및 유대교 근본주의자 사이의 대결과 충돌이라 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근본주의의 충돌`이라는 말이 더욱 적절하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은 항상 대립과 갈등을 빚어 왔는데, 실상 두 종교는 가장 많은 믿음을 공유한 종교이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유하는 역사적 뿌리는 아브라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 전, 자그마한 무리를 이끌고 중동 지방을 떠돌던 아브라함은 팔순이 넘도록 후사가 없었다. 그의 부인 사라는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몸종인 하갈로 하여금 남편의 씨를 받게 했다. 아브라함은 86살에 하갈의 몸에서 아들을 얻게 됐고,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14년 후, 100살이 되던 해에 아브라함은 사라로부터 아들 이삭을 얻었다. 사라는 이스마엘과 그의 어미를 내쫒으라고 아브라함을 졸랐다. 아브라함은 하갈 모자에게 약간의 양식과 식수를 줘 떠나도록 했다. 예수가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성서를 들춰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아브라함의 첫 번째 아들 이스마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마호메트는 아라비아 반도 북부에 퍼져 살던 무다르계(係) 부족 출신으로서, 무슬림들은 무다르 부족이 이스마엘 후예라고 믿고 있다. 두 종교가 공유한 믿음의 목록은 아브라함 뿐 아니라 인류의 조상 아담, 그리고 그를 창조한 유일신 하느님에게까지 소급된다. 이 외에도 무슬림들은 성모 마리아의 동정녀 수태, 최후의 날에 있을 부활과 심판,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 등에 대한 믿음을 기독교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의 관계는 반목과 갈등의 역사로 점철됐다. 1차적 원인은 신학적 이견 때문이다.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삼위일체설(三位一體說)을 이슬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무슬림들에게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 성부·성자·성령의 3위(位)가 계시다`는 교리는 어떠한 단서나 설명을 붙여도 하느님의 유일성에 위배되는 가르침이다. 그들은 또한 예수가`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교설을 부정한다. 예수가 치유 능력 등 갖가지 이적(異蹟)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는 노아·아브라함·모세·마호메트와 같은 `하느님의 예언자`한 사람일 뿐이다. 이슬람의 시각에서 봤을 때,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과 역사(役事)를 오해 내지 곡해했다. 그리고 잘못된 교리를 믿는 것은 하느님의 예언자를 신격화하고, 교회의 성직자나 신학자들의 견해를 절대화하는 일종의 우상숭배 행위이다. 기독교가 이슬람을 인정할 수 없었던 보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유대교가 기독교의 출현으로 그리됐듯 기독교는 이슬람의 출현으로 빛을 잃게 됐으며,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주역은 이슬람에게 주어졌다는 이슬람의 교리가 그것이다.

세계 종교 분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세 종교-같은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하고 있어서 아브라함적 종교라 불리고, 다 같이 한 하느님을 섬기는 유일신교인 이슬람교·기독교·유대교-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협력한다면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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