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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좋은 일자리 창출

등록일 2013-02-14 00:19 게재일 2013-02-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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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영 시인

지금보다 젊은 시절 포항으로 오기 전 특별한 재주가 없었는 데도 직장을 서울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시골에서 우둔하게 자란 난 서울의 번잡스러움과 화려함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신 바다가 있는 포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내 일터 자체가 전에 근무하던 곳보다 시설도 좋았고, 보수도 나았기 때문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데도 두어 번 서울로 오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하물며 같이 근무하다 서울로 옮긴 사람의 제안도 있었다. 그것은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거절하고 지금까지 포항시민으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중심도시로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추적 기능을 갖추고 있는 도시로 한 때 우리들이 흔히 듣던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란 말을 충분히 상기시킬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포항을 떠나려는 두 분을 만났다. 한 분은 고등학교 졸업 후 포항 공단에 취직하여 30년 이상을 이곳에서 생활하다 은퇴한 분이었다. 며칠 후 포항을 떠나 고향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몇 년 동안 이 도시에 취직하려고 노력했는데 못하고, 결국 고향 근처에 취직해 이사를 하게 됐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사실 그 분은 고향에서 학교 다니던 젊은 시절보다 이곳에서 직장생활 한 기간이 긴 분이라 이 도시에 정이 많이 든 분이었다. 또 한 분은 젊은 여성으로 옮기게 될 일터의 열악한 조건 때문에 사표를 내고 옮기려 한다고 했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들이 취직을 하려 해도 취직이 안 되어 걱정이란 보도를 심심찮게 접한다. 70년대 전후의 가난한 시절엔 젊은이들이 어떤 악조건이라도 어떻게든 취직하려고 했다. 어찌 된 일인지 오늘의 젊은이들은 힘든 곳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어렵게 들어갔다 해도 며칠 근무하다 그만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일터를 보면 열악한 환경으로, 결국 후진국의 젊은이들을 모셔오지만 그 자체에도 많은 문제를 끌고온다.

새롭게 출발하는 박근혜 정부도 오죽하면 정책 지향점의 하나를 `일자리 창출`로 정하려 할까. 베이비 붐 시대의 은퇴 문제와 맞물린 젊은 백수들의 슬픈 이야기는 앞으로 오랜 기간 우리 사회문제로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들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산업 현장에 젊은이가 없다면 그에 따른 문제는 곳곳으로 파생한다. 대표적인 곳이 문화계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로 구성된, 문단의 특이한 존재로 주목받는 시 동인 `푸른시`는 동인지 `푸른시` 15호를 발간했다. 회원들이 회원 확보를 위해 지역의 젊은이를 눈여겨보지만 눈 씻어도 회원으로 영입할만한 젊은 인재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은 문학판의 일만은 아니다. 무한 경쟁 시대의 모순된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말로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은 나라뿐만 아니라 도 차원, 시 차원, 일터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26년 전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내를 그만두게 하고 낯선 도시 포항으로 옮긴 것처럼 환경과 보수와 그에 따른 문화풍토도 좋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취직 전선에 뛰어든 졸업생들이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창의적인 일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도전정신을 갖고 출발하기를! 좋은 일터를 위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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