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가는 길에 빛들은 그림자 곁으로 모이고 생의 것들이 속인 잠들만이 자정을 넘는다 이것이 우리를 둘러 싼 것이라면 바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리라 목구멍으로부터 혹은 폐로부터 울려 올라오는 잔뿌리들은 의자며 계단이며 간판을 움켜잡은 채 저녁에 웅웅거리고 있다 산 것들만이 죽은 것들이 두려워 불을 켜는 밤 또 누군가는 옥상에 올라 아득한 추락의 깊이에 앙상한 눈을 감는다
주름은 생성되는 현상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주도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다. 극히 개인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주름을 지난다는 것은 인간 스스로의 고립과 단절의 의미를 품고 있다. 나와 시간의 고립 나와 타인의 단절을 끌어들이고 있다. 결국 인간은 홀로가는 외롭고 쓸쓸한 존재라는 인식이 시 속에 깊이 뻗어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