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승 도
쿵 쿠앙 콰아아아아
쿵아 쿵야 쿠아아아아
집 옆 등성이 너머 계곡이 흔들렸다 산이 흔들렸다 집이 흔들렸다 나도 흔들렸다
달아나는 멧돼지가 보였다 새끼들도 서너 마리 보였다 땅을 콱콱 찍으며 내달린다
생과 사의 경계선을 타고 질주하는 멧돼지들
나무들도 팽팽 긴장하며 비켜선다 튀어라 생각이고 뭐고 무조건 뛰어라
총알이 비켜간다 바람이 휜다 죽음을 향해 달려라
먼 산이 아니어도 집 가까운 야산을 오르다보면 흔히 목격되는 풍경 중에 하나가 멧돼지들이 지나간 흔적이다. 거칠게 땅을 헤집고 파헤치고 나무와 풀섶을 짓이기고 쓰러뜨리고 지나간 그들의 흔적을 볼 때마다 시인의 말처럼 죽음을 향해 달리는 그들을 떠올린다. 생각이고 뭐고 무조건 뛰어 나아가는 그들에게서 생사의 가파른 경계를 느낀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