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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월, 선진진입의 첫 단추를 생각하며

등록일 2013-01-22 00:25 게재일 2013-01-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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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환 유럽경제문제연구소장

계사년 새해 1월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다. 해마다 이맘때면 필자가 어김없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 새해를 맞으면 꼭 찾았던 곳은 바로 독일의 메어스부르크 고성(古城)이다. 스위스 북동지역과 남부독일의 국경지역인 보덴 호숫가에 위치한 그 고성은 깊은 침묵으로 때론 무거운 웅변으로 맞아주었던 곳이기도 하다.

흔히들 유럽의 재정위기를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나라들도 있다. 서유럽의 일부국가들 가운데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유럽 선진국 중의 선진국들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나라들이다.

공교롭게도 메어스부르크 고성은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 3국이 공동 관리하는 보덴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다. 새해면 어김없이 찾아갔던 성(城) 메어스부르크. 가끔은 지혜롭게, 때로는 인자하게, 그리고 황홀한 여인처럼 한 발짝 다가서면 한 발짝 물러서는 것처럼 신비한 성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나간 역사의 한 부분을 칼날로 베어낼 때면 가끔은 예전엔 몰랐던 역사의 향기가 호수처럼 출렁이며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던 곳이다. 성을 둘러보면서 한 몸이 되어 호흡을 시작하게 되면 성은 서서히 살아 꿈틀거리는 열린 공간이 되어 생명을 가지는 듯 했다. 기록되지 않고 깊이 묻혀버린 아득한 옛 이야기는 물론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있다.

성은 옛 중세봉건사회와 15, 16세기의 절대왕정, 17, 18세기의 절대군주 그리고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현대복지국가의 터를 닦은 근대국가의 역사까지 한 몸에 안고 있다. 아득한 시간에 묻혀버린 오랜 과거의 역사를 들려주다가 삐걱거리는 성문을 뒤로하고 현실로 돌아올 때면 별안간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시공(時空)을 넘나들던 성이기도 했다.

서유럽 선진국이면 그깟 별 것 있겠냐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지금 우리 한반도가 맞이하고 있는 사회, 문화, 정치 그리고 가치적인 모든 방면의 양극화나 빈부의 문제는 선진 서유럽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생활고로, 그것도 죄 없는 어린자식과 함께 모든 희망의 끈을 놓으며 사회를 믿지 못하는 극단적인 비정함은 적어도 그들에겐 한발 짝 비켜 서 있었다. 그것은 그들 사회의 많은 것들을 압축해주는 장면들이다.

우리도 한강의 기적 아닌 기적을 갖고 있다. 앞뒤 살피지 않고 산업현장에서 땀과 가난의 울분을 삭히며 일한 역사의 대가이지, 우연히 일어난 기적은 아닐 것이다. 저개발국에서 보란 듯이 개발 국가로 줄달음쳐 왔다. 가난한 국가에서 오늘날의 발전된 대한민국과 경제규모는 세계사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다시 뻗어가야 한다.

바로 선진국 진입이다. 머지않아 새 정부도 출범하게 된다. 사회의 구조적이며 갈등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선진국 진입으로 향하는 열쇠는 역사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현명한 국민과 정부에 달려있다.

계사년 1월, 유럽의 한 고성의 의미를 애써 부여하면서 우리나라 선진 진입의 첫 단추를 여미는 시작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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