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영 철
저 나무를 자를 수 있을까
잘라서 다듬을 수 있을까
침묵이 부르르 몸을 떤다
답답하다
나무 앞에 서서 나무를 생각한다
남루한 하루가 바이올린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치욕이 별처럼 반짝거린다
걸어온 길도 걸어갈 길도
지금 여기에서는
아득하다
너무 멀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건지 모른다. 그리도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선율은 나무속에 있는 건지 모른다. 나무 앞에서 그 참한 소리를 들으려하는 시인의 겸허하고 심오한 자세가 경건하다. 우리의 한 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비록 남루한 하루라 할지라도 그 속엔 아름답고 가치로운 그 무엇이 내재되어 있어 함부로 버릴 수 없으며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