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해
곰실곰실거리는 누에의 몸 마디마디를
햇살이 오므렸다 폈다 한다
바다 한 켠에는 누군가 쉴 새 없이 물레질을 하며
명주실을 뽑아낸다
희디흰 실오리들이 얽히고 설켜서
흰 천을 만들어 둘둘 말아서
모래벌에 늘어 놓는다
명주 옷 한 벌 입고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
바다는 진혼곡을 부른다
물 속에 누워있던 혼령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바다를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한다
바다는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이다
수평선이 하늘에 닿아있다
흰 명주 옷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바다를 밟고 하늘로 올라간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그것을 하늘로 오르는 계단으로 표현하고 있다. 끝없이 하얀 물거품을 만들며 밀려왔다가 밀려나가는 포말을 가만히 보고있노라면 누군가가 하얗게 누에 실을 뽑아내 명주 옷을 만들어 입고 하늘에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것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이 끝없이 왔다가 멀어져가는 바닷가에 한번 나가보자. 물 속에 누워있는 혼령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하늘로 올라가는 성스러운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