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김수복 지음 창비 펴냄, 120쪽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는 생을 관조하는 깊이 있는 성찰과 더불어, 덤덤한 듯 보이면서도 꿈틀거리는 박력 있는 어조가 인상적으로 담긴 품격 어린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
김수복 시인의 시에는 자연이 한가득 담겨 있다. 시인은 저녁노을, 너른 하늘과 구름, 숲의 나무들, 날아오르는 새들, 밤을 밝히는 달 등 다양한 풍경들을 생생한 이미지로 시화한다. 그에게 이런 자연의 한 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지만 시인 자신의 삶과 인간사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독특하게도 시인은 `모성`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그것을 시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자연의 모든 현상조차도 모성의 현상으로 바라보고 그 모성성을 드러”(정호승, 추천사)내는 이 시집에선 그래서 `젖`이라는 표현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곧 저녁이 다가올 것이다/등불을 밝히고/높고 비천한/어둠과/별에게,/목숨을 바쳐/몸속에 집을 짓는/하늘에서/곧 종이 울릴 것이다/새들이 죽어서 날아갈 것이다
(`탑` 전문)
그의 시에 이렇듯 저녁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그려지는 것 역시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순간의 면모를 밝히고자 하는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다시 `삶`으로 연결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