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껌을 밟고 섰듯 우렁차게 먼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낮은 산이 더 오래된 산이다
조용한 산이 높은 산이다
눈보라에 이것 저것 다 내어주고
작은 구릉으로 어깨를 굽히고 앉았으나
부러울 것 없네 손자 손녀도 우습게 매달리고
때론 사이클 탄 이가 우주로 떠오를 듯 달려나가기도 하니
언덕에 섰는 갈참나무나 느티나무도 마음이 연해
별다른 벌레들 기어들지 않고
청설모며 족제비가 종갓집을 이루는 터
내가 오늘 먹을 걱정에 터벅거리며 산을 내려오자
산은 슬며시 나의 옷깃을 잡으며
곧 볍씨 뿌리는 들판이 될 것이라
다정(多情)으로 귀띔을 하는 좋은 날
낮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산이 더 오래된 산이고 조용한 산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 속 산은 어머니라는 산이다. 히말라야처럼 폼나고 수려한 산은 아닐지 모르지만 갈참나무나 느티나무를 키우며 청설모나 족제비가 종갓집을 이루는 편안하고 안온한 산, 그게 바로 우리네 어머니 같은 산이 아닐까. 언제나 넉넉한 사랑과 정성과 헌신이 늘려있고 늘 다정으로 귀띔을 해주는 그런 어머니라는 산 말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