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에너지믹스와 원전

등록일 2013-01-14 00:14 게재일 2013-01-14 22면
스크랩버튼
▲ 이규찬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 홍보팀장
한국경제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힘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비빔밥의 원리`라고 말하고 싶다. 비빔밥을 생각해보자. 비싼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고 맛있는 비빔밥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못살던 시절에 먹다 남은 반찬을 모두 모아 온가족이 양푼에 비빔밥을 비벼 맛있게 먹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너무 힘들고 가난했었기에 눈물이 나고, 가난했지만 정다웠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비빔밥은 그 의미가 상당히 깊고 크다. 여러 가지 재료를 비벼서 맛있는 먹거리를 창조한다는 것은 바로 여러 구성요소를 잘 조합해 최적의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적의 조합을 뜻하는 개념으로 `파레토 최적`이라는 것이 있다. 20세기 초에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고안한 개념으로, 자원배분의 가장 효율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생산의 효율과 교환의 효율 두 가지에 대해 다음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생산의 효율은 어느 한 재화의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재화의 생산을 감소시켜야만 하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교환의 효율은 어느 한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른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개념은 최적의 조합이라는 의미로 확대됐다.

한국 사람들은 비빔밥 비비던 실력으로 파레토 최적을 깨우치고, 선진국에서 배운 기술과 빌려온 자본으로 상품과 비즈니스를 비빔밥처럼 잘 비벼서 내다팔았다. 그렇기 때문에 비빔밥의 원리는 한국경제의 원동력 중 중요한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 부자나라라고 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에 선진국의 문턱을 뛰어넘기 위해 비빔밥 정신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산업경쟁력의 기반을 이루는 에너지정책에도 비빔밥의 원리는 적용된다. 자원빈국이면서 산업국가인 한국은 에너지문제 특히 전력에 있어 최적의 전원(電源)정책을 추구하지 않으면 산업경쟁력과 그린(친환경)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사회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내·외부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적합한 에너지포트폴리오(에너지원별 특성을 고려한 전체 전원비율 조정)에 의한 에너지믹스의 길을 가야 한다. 원전을 기저부하로 해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공급체계를 유지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육성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에너지믹스는 에너지비빔밥을 뜻하며, 에너지포트폴리오는 에너지비빔밥의 재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뜻한다. 국가적으로는 에너지믹스에 대한 에너지포트폴리오가 구체적인 전략으로 마련돼 있으며, 이에 발맞춰 공기업인 한수원은 원전, 수력발전, 양수발전뿐 아니라 조력,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발걸음을 재촉해 에너지믹스를 추구하고 있다.

국가의 운명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이 많고, 전력문제도 그 중 하나이다. 단편적인 일면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근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의 경제 수준과 나라 형편을 생각한다면 아직은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미래를 대비해 신재생에너지는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해 미래세대에게 선물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원전에서 나온다. 신재생에너지에 의해 생산된 비싼 전력을 수용해도 될 만큼 원전이 저렴한 전력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육성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에너지정책이 국민의 부담을 최소로 하면서 최고로 효율적인 길, 즉 최적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원전 계속운전도 이러한 국가적, 국민적 필요성에 입각하여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침을열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