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미
생선뼈로만 차린 밥상을 받는다
먼저 온 누구 이토록 정갈하게 살을 발라 먹었나
더 이상의 식객은 없으리라
생선뼈 하나씩 덥석 집어 들고 핥아댄다
진정한 미식가가 아니어도
온몸이 혀인 듯 소름 돋게 하는
이토록 눈물 같은 맛, 비밀은
내가 마지막 식객이라고 믿는데 있다
그러므로 내 뒤엔 아무도 없다
엔딩 크레디트의 자막처럼 나는 산을 오르고
음악은 식탁 위로 흐른다
느릴수록 아름다워 어제로 구겨지는 오늘
내 발꿈치가 마지막 음표처럼 산등성의 꼭짓점을 찍으면
기척도 없는 집엔 문득 불이 켜지고
나는 성공적으로 사라지리라
죽은 애인의 손가락에서 완벽한 각도로 빛나는
쓸쓸한 겨울 속으로
지난 가을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 숲에서 시인은 부재의 정점을 본다. 성장(盛裝)의 시간도 있었지만 겨울숲은 텅빈 충만으로 일렁이고 있는 것이다. 생의 시간들이 다 그렇다.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산정에 오르지만 거기엔 또다른 부재와 상실과 부딪히게 된다. 인생의 과정들을 돌아보고 쓸쓸한 겨울을 생각해 볼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