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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

등록일 2013-01-14 00:14 게재일 2013-01-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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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미
허기져 찾아온 식당

생선뼈로만 차린 밥상을 받는다

먼저 온 누구 이토록 정갈하게 살을 발라 먹었나

더 이상의 식객은 없으리라

생선뼈 하나씩 덥석 집어 들고 핥아댄다

진정한 미식가가 아니어도

온몸이 혀인 듯 소름 돋게 하는

이토록 눈물 같은 맛, 비밀은

내가 마지막 식객이라고 믿는데 있다

그러므로 내 뒤엔 아무도 없다

엔딩 크레디트의 자막처럼 나는 산을 오르고

음악은 식탁 위로 흐른다

느릴수록 아름다워 어제로 구겨지는 오늘

내 발꿈치가 마지막 음표처럼 산등성의 꼭짓점을 찍으면

기척도 없는 집엔 문득 불이 켜지고

나는 성공적으로 사라지리라

죽은 애인의 손가락에서 완벽한 각도로 빛나는

쓸쓸한 겨울 속으로

지난 가을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 숲에서 시인은 부재의 정점을 본다. 성장(盛裝)의 시간도 있었지만 겨울숲은 텅빈 충만으로 일렁이고 있는 것이다. 생의 시간들이 다 그렇다.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산정에 오르지만 거기엔 또다른 부재와 상실과 부딪히게 된다. 인생의 과정들을 돌아보고 쓸쓸한 겨울을 생각해 볼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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