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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

등록일 2013-01-10 00:06 게재일 2013-0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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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제 림
몹쓸 병이 돌아서, 생매장

돼지들이 떠난

축사 앞에서 주인이 눈물을 훔친다

조금 있으면 내다 팔 것인데

다 컸는데 -----

돼지들은 대개 동갑일 것이다

뉴스 끝에는 내 동갑도 나왔다

고시원 옥상에서 몸을 던진 사람

흑룡강에서 온 사람

나이를 짚어보니 돼지띠

세상에 내다 팔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잘 가라, 동갑네야

복 있으라.

사해(四海)의 돼지들아!

구제역으로 집단으로 생매장 당하는 돼지들을 보면서 돼지띠인 시인은 묘한 끈 하나를 생각한다. 동갑(同甲)이라는 말에는 묘한 연대의식이랄까 연민이 묻어난다. 흑룡강성에서 와서 이 무시무시한 자본의 세상에서 못 견디고 고시원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어쩌면 돼지띠 동갑인지 모른다는데 이르러서는 어떤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씁쓸한 강복 기원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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