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제 림
돼지들이 떠난
축사 앞에서 주인이 눈물을 훔친다
조금 있으면 내다 팔 것인데
다 컸는데 -----
돼지들은 대개 동갑일 것이다
뉴스 끝에는 내 동갑도 나왔다
고시원 옥상에서 몸을 던진 사람
흑룡강에서 온 사람
나이를 짚어보니 돼지띠
세상에 내다 팔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잘 가라, 동갑네야
복 있으라.
사해(四海)의 돼지들아!
구제역으로 집단으로 생매장 당하는 돼지들을 보면서 돼지띠인 시인은 묘한 끈 하나를 생각한다. 동갑(同甲)이라는 말에는 묘한 연대의식이랄까 연민이 묻어난다. 흑룡강성에서 와서 이 무시무시한 자본의 세상에서 못 견디고 고시원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어쩌면 돼지띠 동갑인지 모른다는데 이르러서는 어떤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씁쓸한 강복 기원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