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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하는 사람들의 시대

등록일 2013-01-08 00:33 게재일 2013-0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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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수 신부·성요셉복지재단 상임이사

톰 피터스(Tom Peters) 교수는 20세기는 말하는 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경청하는 사람들의 시대가 될 것이라 했다. 귀담아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적하고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말을 듣지 않고, 직원의 말을 듣지 못하고, 나아가 주주들의 말을 듣지 못하는 증세에 빠지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1980년대 미국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IBM도 고객의 엄청난 불만과 불평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때 루 거스너(Louis Gerstner)의 리더십은 질문을 하며, 그 답에 경청함으로써 다시 IBM을 되살렸다. 그는 고객들에게 “당신들은 자랑스러운 빅 블루(IBM의 애칭)를 회생시킬 방안을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그 방안을 들려주십시오”라고 물었던 것이다.

오늘날 삼성은 엄청난 성과물을 내고 있다. 그 동기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그 휘호를 남겼기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듣는 자세와 숙고하여 정리하는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 여긴다.

칭기스칸은 비록 이름도 쓸 줄 모르지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입부터 열어 온갖 담론이 판을 치게 할 것이 아니라 `귀가 보배`라는 우리 속담을 되새겨 이청득심(耳聽得心)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아, 들어라”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은 먼저 인간의 아우성을 들어주셨기에 출애굽의 역사가 있었고, 가난한 이와 과부 및 고아와 비천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하느님의 모습을 시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비극은 경청하기를 싫어하는데 있다. 많은 결혼 상담자와 신경정신과 의사들은 `경청`은 허물어진 관계를 돌이킬 최고의 처방이라 한다. 경청 후에 하는 말 한 마디는 천금처럼 울림이 있다. 이 울림을 받아들일 줄 모르면 그 관계는 심각한 현상에 빠지게 된다.

대선 기간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귀담아 들으면서 온몸으로 한 표로 말하였다. 단순히 51.6%와 48%로 나눌 것이 아니라 통합이라는 대의에 귀담아 들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지향하되 변화에 대한 갈망에 귀를 닫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났다고 변화에 대한 열망에 찬물을 붓는 일들이 있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정치권은 국민의 어떤 목소리를 들었고, 무엇을 숙고하고 있는가? 무노동 무임금을 시행하겠다고 한 것과 의원 연금 제도 개선은 결국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요한복음 사가는 “왜 내 말을 깨닫지 못합니까? 하느님에게서 난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라고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 말씀을 정치권에 대입하면 “왜 국민의 말을 깨닫지 못합니까? 국민에게서 권리를 양도받은 이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습니다”라고 해야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당선자에게 한 마디씩 전하고 있다.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감성 리더십`에서 경청의 최고 미덕으로 조직 내부의 불필요한 적대감과 불안감을 없앤다고 했다. 당선자는 경청으로 여성적 감성 리더십을 발휘해 사회적 갈등에서 적대감과 불안감을 앞으로 가는 발전적 요소로 승화시켜 주기를 바란다. 경청하는, 거대한 용광로를 만들어 새 정부 출발부터 다음 세대로 이어질 사회적 쇳물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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