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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얼음 잘라 석빙고를 채워라”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3-01-03 00:05 게재일 2013-01-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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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조선 빙고부역 애환 담은 안동석빙고 장빙제<br>임금님 진상품 은어 저장얼음 채취과정 재현
▲ “채빙을 시작하라” 2012 안동석빙고 행사에서 조선시대 예안현감 역할을 한 오상일 장빙추진위원회 회장이 부역꾼들에게 얼음을 서둘러 자를 것을 지시하고 있다.

【안동】 조선시대 살을 애는 듯한 강바람을 막아 줄 변변한 옷 한 벌 없던 시절, 강촌마을 남정네들은 겨울철이 되면 조정의 빙고부역을 피해 멀리 떠났다가 봄이 되면 돌아오곤 했다. 마을에는 아낙네들만 남아 있어 `빙고과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당시 안동 예안현감(이매신)이 벌이는 장빙제는 매년 겨울철마다 강촌마을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부역이었다.

이러한 빙고부역들의 애환을 담은 안동석빙고 장빙제(보물 제305호)가 오는 8일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암산유원지와 안동민속박물관 야외 일원에서 열린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과 안동석빙고장빙제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2013 안동석빙고 장빙제`는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인 은어를 저장했던 안동석빙고에 어떻게 낙동강 얼음이 채취되고 운반·저장되었는지 과정을 재현하는 행사다.

먼저 낙동강 얼음을 잘라내는 채빙(採氷)에서 부터 잘라낸 얼음을 소달구지로 운반하는 운빙(運氷), 얼음을 석빙고에 차곡차곡 재우는 장빙(藏氷) 등 3가지 과정을 옛 그대로 보여준다.

1년중 가장 추운 절기인 소한과 대한 사이에 열리는 이 행사는 남후면 암산유원지 행사장에서 부역꾼들이 무사히 강얼음을 채빙하기를 바라는 기원제를 시작으로 반달모양 전통 얼음톱으로 강얼음 자르기와 꼬챙이로 얼음 끌어올리기, 목도로 얼음운반 등의 채빙행사로 이어진다.

문헌에 따르면 `음력 12월에 얼음을 떠서 빙고에 넣을 때 장빙제(藏氷祭)를 지냈고, 춘분(春分)에 빙고문을 열 때 개빙제(開氷祭)를 지냈는데 이를 모두 사한제라 한다`고 했다.

사한제를 지낸 장정들은 물푸레나무로 만든 목도로 무게 80kg의 얼음을 져 석빙고로 나른다. 이들은 사이사이 보냉 역할을 할 왕겨와 짚을 깔고 석빙고 안에 얼음을 차곡차곡 재우는 시연도 재현된다.

석빙고에 얼음을 재는 장빙행사가 끝나면 뒤풀이 행사도 있다. 행사 참가자들이 한데 어울려 안동은어 모닥불구이를 맛볼 수 있고, 잔치국밥, 안동간고등어, 막걸리 등 푸짐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김석현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사무국장은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안동석빙고 장빙제는 지역주민 모두가 한데 어울려 더깊은 애향심을 키워나갈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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