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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노랑눈썹솔새가 1천550㎞를 날아가는 힘

등록일 2012-12-31 00:07 게재일 2012-12-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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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욱 시인

어느덧 2012년 임진년(壬辰年)이 저물고,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밝아오고 있다. 연이은 총선(總選)과 대선(大選)으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2012년이었지만 시간은 그저 마음 없이 흐르는 모양이다.

지난 19일은 `52:48`이라는 이 절묘한 인간의 이합집산(離合集散)에 대해 궁리해보다 결국은 그 합이 100이라는 데에 결론이 모였다. 백(百)은 완전함을 뜻한다. 혹자는 `1천400만의 민심이 울고 있다.`라고 했지만, 그것이 다른 `1천600만의 민심은 웃고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52:48`로 갈라져 나뉜 그들은 결국 가족이거나 친족이거나 동료거나 이웃이거나 선량한 시민일 뿐이다.

세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열해야 한다. 분열이란 갈라져 나뉨을 뜻한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그렇게 발전한다. 분열이라는 뜨거운 대립과 융화의 과정을 거쳐 다시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다. 불화(不和)와 화합(和合)이라는 글자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화(和)는 음(音)을 나타내는 禾(화)와 수확(收穫)한 벼를 여럿이 나누어 먹는다는(口) 뜻을 합(合)하여 `화목하다`를 뜻을 가진 형성 문자다. 쉽게 말해서 밥을 잘 나눠 먹으면 화합하고, 그렇지 못하면 불화한다는 말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적확한 `정치`가 어디 있겠는가. 모쪼록 새 대통령이 불화와 화합의 명료한 이치를 깨달아 화합과 상생의 새 대한민국을 열어 주길 간곡히 바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랑눈썹솔새의 비행(飛行)에 눈길이 간다. 100짜리 동전 무게와 비슷한 노랑눈썹솔새가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무려 1천550km를 날아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도착했다고 지난 16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에서 밝혔다. 노랑눈썹솔새는 그 거리를 불과 20여 일 만에 날아왔다고 한다. 중국 연구기관이 9월 초·중순쯤에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이 새의 다리에 가락지를 달아놓은 덕분에 밝혀진 것이다. 노랑눈썹솔새는 오호츠크 해 연안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에서 번식하다가 겨울에는 파키스탄, 인도, 대만,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 번식지에서 월동지로 날아가는 과정에 전남 신안의 흑산도에 머문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5.42g 노랑눈썹솔새가 1천550km를 날아가는 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은 겨울 하늘을 `V`자로 떼 지어 날아가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 기러기로 설명할 수 있다. 기러기들이 `V`자로 날아가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V`자의 꼭짓점부터 서로 날개를 퍼덕이며 공기의 저항을 감소시켜 뒤따르는 새가 더욱 손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친 맞바람을 가르면서 날아야 하므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곳이자 천적에 노출될 확률도 가장 높은 곳인`V`자의 꼭짓점은 누가 맡을까? 놀랍게도 구성원 전체가 번갈아 가면서 꼭짓점 자리를 맡는다고 한다. 앞장선 새가 지쳐 뒤로 물러나면 뒤에 있던 새가 앞으로 나아가 꼭짓점을 맡는다. 뒤따르는 새들은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마치 구령을 넣듯이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낸다. 때때로 대형을 이탈하는 새가 생기면 뒤따르던 새가 다가와 주의를 주거나 깃을 밀치며 함께 날아가도록 도움을 준다. 심지어 병에 걸리는 새가 생기면 가족이나 동료 두세 마리가 함께 이탈하여 아픈 새를 돌보고 다시 날아오른다고 한다.

결국, 5.42g 노랑눈썹솔새가 1천550km를 날아가는 힘의 비밀은 `함께, 더불어, 같이`에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갑자기 2012년이 2천12km로 보인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기고, 걷고, 날아온 길이요, 역사다. 다시 2013년, 2천13km의 대장정이 밝았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함께, 더불어, 같이` 걸어갈 것이다. 누구도 낙오하지 않고 누구도 독존하지 않고 나란히 승리의 `V`자로 의연히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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