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다 갈라진다` 문학과 지성사 펴냄 김기택 지음, 128쪽
김기택은 현실에서 효용이 없어 버려지는 것들, 도시의 리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들, 목적과 수단에서 일탈해 있는 생뚱맞은 것들을 시적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어떤 감정이입도 없이 그저 열심히 옮겨놓는다. 그러나 그의 시적 진술은 정지된 묘사가 아니라 꿈틀꿈틀 살아 있는 시어들로 진동한다.
원숙미에 짓눌려 차분해지기보다는, 어떤 통찰로 쉽게 재단하기보다는 대상을 포착해 그저 살아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기택 시가 항상 새로울 수 있는 이유다. 그렇게 포착한 비정형, 비효율, 비경제적인 대상들은 격정적인 울분이나 서정적인 감상에 갇혀 있지 않는다.
죽어 가는, 죽어 있는 세상을 비판하거나 애도하지 않는 단단하고 건조한 응시는 현실 안의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한 듯하지만 그것은 해답을 주는 대신 질문만을 지속함으로써 대상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어떤 감상적인 자기연민에도 빠지지 않고 우리의 삶과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어법으로 새로운 시적 언어를 탐구하는 김기택의 시적 태도가 돋보인다.
덧붙여, 시집 첫 장에서 시인은 `시 쓰는 일 말고는 달리 취미도 재주도 없는 자신의 뛰어난 무능과 활발한 지루함`을 탓하면서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인 자신의 삶의 태도를 고백한다. 시집을 받아든 이들은 이러한 `있음`의 방식을 통해 밥벌이의 고단함과 일상의 허무함에 의미를 새기고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통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다중을 위로하는 김기택 시만의 강인함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