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18대 대통령선거도 막을 내리며 새누리당의 박근혜 당선자를 탄생시켰다. 박 당선자는 51.6%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첫 여성대통령, 첫 부녀 대통령, 41년만의 과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청와대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박 당선자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시대의 교체`를 외치면서 전국을 누볐지만 박 당선자의 말대로 `시대의 교체`는 18대 대선과정과 결과를 조금만 뒤돌아 봐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절실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벌인 피 튀기는 사투를 생각하면 누가 당선되든 대한민국은 싹둑 두 동강이가 나버릴 것 같다.
정치평론가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정치평론가가 돼버린 지금, 이제 누구나가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그 통합의 시작과 끝은 도무지 머리에서 밑그림 조차도 그려지지 않는다며 다들 두려워하고 있다. 과연 그런 것까?
많은 것들이 있지만 하나만 짚고 넘어가야겠다. 흔히들 이번 대선을 두고 모두들 보수와 진보의 대격돌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편의적인 편 가르기식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새누리당에 한 표를 던진 유권자들 중에는 진정한 균형감각을 가진 미래지향적인 진보성향의 유권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에 한 표를 행사한 사람들 중에서도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인정하는 유권자들 역시 적지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영남유권자들 대부분 보수며, 호남유권자들이 대부분 진보라는 등식은 어처구니없는 것들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시대를 교체하는 새로운 통합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침 새누리당에서도 상황에 맞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걸고, 복지인프라 구축과 함께 성장잠재력의 탄력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다지며 단계적인 발돋음을 준비하고 있다니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경제규모로 지금 여기까지 달려왔다. 선진국 문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남부 유럽 일부국가 등 중진문턱에서 각종 딜레마에 빠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선진 진입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에 대한 뚜렷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일정(3만 불) 이상 이어야 하고, 동시에 국민들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 정의할 수 있다.
선거판이든 자본주의 시장(市場)경제에서든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승자든 패자든 서로가 인정하면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국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서로가 인정하는 열린 공존의 자세가 절실한 시점에서 우리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얘기하는 기존의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 나가면 어떨까 싶다. 병아리가 알을 부수고 새롭게 태어나려면 안에서 병아리도 쪼고, 밖에서 어미닭도 동시에 서로가 쪼아야 한다. 18대 대선이 막 내린 지금, 여야 모두 새롭고 탄력적인 공동체정신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