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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든든한 아우들

김명득 기자
등록일 2012-12-21 00:10 게재일 2012-12-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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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득 경제부장

제18대 대선이 끝났는데도 온통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뿐이다. 희망찬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포스코 여파인지 포항경제도 덩달아 꽁꽁 얼어 붙었다. 내년에도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생각만 해도 앞이 캄캄해진다.

포스코가 올 1/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48조5천35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0%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영업이익은 2조9천143억원으로 33.60% 줄었고, 순이익도 1조8천246억원으로 32.30%나 감소했다. 어느 것 하나 나아진게 없다.

한때 60~7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포스코의 주가도 지난달 31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주 간신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러다 정말 큰 일 나는 것 아냐…”며 걱정하는 분위기가 더 겁난다. 포스코 주식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은 필자는 물론이지만 포스코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요즘 포스코인들 어디 마음 편하겠는가. 재고는 쌓이고 있고, 국제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철강경기는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주가는 바닥이지, 온통 악재뿐이다.

어쩌다 포스코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나. 그동안 포스코만 바라보고 있던 지역 경제권 역시 암울하다. 포항상의가 지난달 지역내 9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내년도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기준치=100)를 조사한 결과`55`로 나타났다. 올 4분기의 66에 비해 11%p나 하락했다. 내년 경제도 어렵다는 얘기다. 포항경제는 사실상 포스코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 그래서 포스코가 쥐어짜면 짤수록 포항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잠그면 포항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40년 넘게 포항경제를 견인해 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포스코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강도 높은 원가절감을 단행할 전망이다. 올해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다시피해 지난 10월말 1조814억원을 절감해 당초 목표치(1조707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 2006년부터 7년 동안 7조8천774억원을 절약한 것이다. 포스코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패밀리사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요즘 포스코 직원들의 씀씀이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나같이 `짠돌이`로 변했다. 홍보실 직원들은 경비를 줄이기 위해 외부 식당 대신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출입기자들조차 “점심먹으러 가자”고 말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옛 말에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했던가. 요즘 포스코 패밀리사 아우를 두고 한 말 같다. 형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하자 아우들이 나서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최근 포스코 출입기자들에게 “요즘 형님(포스코)이 어려우니 돈 잘 버는 아우들(계열사)에게 점심을 얻어먹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자리에 포스코 홍보실 직원도 끼워서. 지난주 A사 J팀장에게 어렵게 전화를 걸었다. “J팀장, 점심 한 그릇 합시다. 숟가락 네 개에 한 개만 더 얹으면 되는데…”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계열사인들 어디 힘들지 않겠느냐 만은 그 마음이 고마웠다.

포스코 패밀리사는 계열사 33개, 이들 계열사가 출자한 손자사가 27개, 외주파트너사 59개 등 모두 119개사의 거대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패밀리사는 심장인 포스코와 연결되는 동맥과 핏줄 같은 관계다. 심장의 박동이 멈추면 이들 핏줄도 멈출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들 패밀리사의 숨은 노력 때문이리라. 이런 의리파 아우들이 버티고 있기에 포스코가 든든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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