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광 규
매일 거기서 거기라고 불만을 표시하자
아내는 왠 밥투정이냐고 받아친다
수십 년 동안 밥을 해왔으니 지겨울만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본 적이 없는 아내가 그러니 나는 서운했는데
그러면서도 투정 이후에 식탁이 좀 달라졌는데
식탁만 그렇겠나싶다
투정 없는 관계
투정 없는 사랑도
맨송맨송 싱거워서 곧 물리고 말 것이다
지난 세월 한때 지역에 함께 문학활동을 한 적 있는 공광규시인의 짧고 미미한 일화 속에는 사람의 온기가 묻어나서 따스하다. 그런지 모른다. 매일 먹는 밥, 매일 차리고 준비하는 밥상. 지겹고 지겨워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시인은 아내에게 밥투정을 했지만 그것은 밥투정만 아니었다. 가까이 있고 늘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 사랑의 소중함 같은 것에 대한 일깨움이 가끔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닐까. 시인의 밥상도 사랑도 예전 같지 않았다는 고백을 들어보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