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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선택한다는 것

등록일 2012-12-13 00:01 게재일 2012-1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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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나라가 온통 사람 뽑는 문제로 뒤숭숭하다. 여당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처음부터 단일 후보로 나섰고, 야당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안철수 후보까지 있어 단일화하는 과정을 거쳐 이제야 겨우 전열을 정비한 것 같다.

대통령 선거는 일개 기업이나 학교에서 사람 뽑는 것과 달라서 국민 다수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몇 백만, 몇 천만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 어떻게 쉬울 수 있나. 이 큰 마음은 한 두 시간에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마음 급해도 하루이틀 따지지 않고, 급한 사람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천천히,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이는 게 이 마음이다. 그러나 또 한 번 어느 방향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떤 방패로도 그물로도 막지 못하는 게 이 마음이다.

나는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어떻게 움직여 가는가를 먼발치서 냉연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분이 대통령 후보로 등록할 때 전후부터 지금까지 큰 부침이 있었다. 나는 이 큰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대체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할 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문제는 비단 대통령 선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세상 살아가면서 늘 사람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려면 우리는 제 힘만으로 뜻을 이룰 수 없고, 반드시 다른 이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자기 혼자 이룰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없다.

나는 최근 들어 이상하게도 이런 문제 앞에서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생각을 거듭하면서 얻은 작은 결론 가운데 하나는 무엇보다 마음이 훌륭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이 좋은 사람은 가치있는 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 하나 남김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면 마음이 훌륭하지 않고는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세상을 여기까지 겪어 오면서 나는 실력 있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실력이 있는데 마음까지 훌륭하면 금상첨화다. 실력 좋고 마음이 그 반대면 결국 탈이 나는 일이 많았다. 아니, 실력이 좋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일을 더 크게 나쁘게 만든다.

또 하나는 사사로운 관계를 떠나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교적 덕목인지 어떤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가까운 것은 가깝게 생각하고, 먼 것은 멀게 생각하는 문화적 습성이 있다. 내 가족이 소중하고, 다른 이의 가족은 덜 소중하다. 내 동창의 일은 중요하고, 학교가 다른 이는 그만큼 헤아려 줄 필요가 없다. 나와 같은 띠는 어울려 술 마실 만하고, 나이 차이가 지면 치받거나 누르거나 한다. 이런 사고법, 행동방식으로는 세상일을 뜻있게 만들어 갈 수 없다. 가까운 사람을 멀게, 먼 사람을 가깝게 여길 줄 아는 사고방식, 행동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와 아무 관계가 없어도 이렇게 보고, 저렇게 생각하니 그 사람이 적절하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나는 사람을 선택하는 문제 앞에서 얼마나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 심정의 동물이다. 아무리 부족한 사람도 마음이 가면 위하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마음이 멀어지면 쳐다보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이다. 이런 마음을 마음대로 부려 사리에 맞는 판단을 하는 일이 어찌 쉽다고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을 선택하는 일은 위도, 아래도 원리는 같다. 마음에서 실력까지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눈이 있으면 크게 실수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연 나는 5년 후, 17년 후를 내다보고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고민이 깊어가는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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