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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물닭의 책 -우포늪에서

등록일 2012-12-13 00:01 게재일 2012-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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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 명
마름 열매 까만 별처럼 물속에 가라앉은

가을 늪에 이르렀다

읽지 못하고 덮어둔 책처럼

가을 늪은 어둡다

그러나 쇠물닭 날갯짓하던 물길은 어디엔가 있으리라고

눈을 열면 어두운 늪 속에 하늘이 열린다

어두운 게 아니라 맑은 것

땅과 함께 하늘이 열린다

푸드득푸드득, 살아온 날의 소리

가을은 잎사귀를 떨구며

뿌리마다 마음을 갈무리하고 있다

뿌리마다 마음을 닦고 있다

닦은 마음이 거울 되어 쇠물닭의 물길을 열면

읽지 못한 책들이

푸드득푸드득, 날개치며 살아나

맑은 페이지를 펼친다

마름 열매 별빛에도 글자들이 매달린다

까만 마름 열매가 별처럼 물 속에 가라앉는 우포늪의 가을은 충만한 생명들을 저장하고 갈무리하는 시간들이다. 수많은 생명의 꼭지들과 끈들, 씨앗들이 겨울을 견디고 다시 새로운 하늘을 열기위해 새로운 생명의 향연을 열기위해 단단히 자기를 단속하고 잠그고 관리하는 시간들이다. 새물길을 여는 새물닭의 비상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 참 밝고 희망차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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