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고양이 한 마리가 아파트 베란다에 일자로 엎드려
늙어가는 지구의 시절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에 놀라
벌레들은 땅밑에서 또 깜빡,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는 아름다운 초록색의 별이라고 한다. 뭇 생명체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그들의 생을 꽃피다 스러져간다. 그게 순리고 진리다. 우주를 아니 지구별 점령 지배하고 있는 인간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걸 이 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고양이 한 마리도, 사람도, 떨어져 딩구는 낙엽도, 땅 밑의 벌레들도 다 저들의 한 생을 최선을 다해 살다 스러져가는 것이다. 아옹다옹 싸우고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툭 던지는 시인의 목소리가 허허롭고도 맵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