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은 이 방이 저 방이다. 이 방에 있던 내가 갑자기 저 방에 있고 이 방을 주먹으로 한 대 갈기면 저 방이 웃는다. 가을바람 으스스한 저녁 방마다 비어서 누가 등을 때린다
바람 부는 날이면 소소한 소리들이 그 바람 소리에 잠겨든다. 소리뿐 아니라 그 허허로움이 집안에 가득 들어차서 온 데가 빈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을 시인은 그 섬세한 감관을 세워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그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우주의 소리 자연의 온갖 소리들이 들릴 것이다. 가을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소리들이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