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종점부터 장발과 어깨에 눈 잔뜩 이고 와 환하게 웃는 둘째형의 이마, 카시미롱 이불 속 발가락에 차이는 스뎅 밥그릇 더듬으려고 늘어나는 손길, 얼른 부엌으로 나가 석유풍로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달각거리는 팔각 성냥통 그으면 치이익 금세 야근하고 돌아온 밤을 둥글게 휘감는 불꽃,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고 입 다무는 부엌창, 마술 같은 밤, 처음 와 본 듯한 골목길, 먹빛 발목 두고 망명하는 시대, 울 엄니 전성기.
눈 내리는 도시 변두리 서민들의 골목안 풍경이 정겹다. 야근 마치고 들어온 형제들 구둘목의 한 그릇 밥과 부엌의 거친 반찬을 찾고 챙겨주는 식구들의 따스한 온기가 진한 감동에 이르게 하는 시이다. 도시 빈민들의 일상이다. 그래도 거기에 새 세상에 대한 열망과 꿈이 자라고 있으며 현실을 비웃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의 진지한 생의 한 과정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