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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와 포스코의 벙어리 냉가슴

등록일 2012-11-23 21:53 게재일 2012-11-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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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현편집부국장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해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하나씩 쯤은 갖고 있다. 당연히 이순신 장군 때문이다. 장군은 한글과 고려청자, 석굴암의 신비와 뛰어난 정신문화 등 우리 민족이 전세계에 자랑하는 초일류의 유산에 해군 전술을 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존경은 그가 고안한 전법의 우수성 보다는 절벽 같은 전장에서 주변 백성들을 챙긴 군인으로서의 면모에 더 향하고 있다.

해병대와 함께 살아온 포항시민들의 해군에 대한 애정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해상에서 항공작전을 수행하는 해군6전단에 대해서도 우리 시민들은 정장식 전 시장 재임 시절 산불진화 중 순직한 헬기 조종사들의 희생과 그 유족들의 안타까운 후일담을 기억하며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충무공이 백성을 사랑한 군인의 표상이었듯이 해군6전단도 국민의 군으로 훌륭히 임무를 수행해왔다.

이런 사정에서 지난 3년 동안 지역사회와 6전단의 사이에 벽을 쳐온 포항공항 확장 문제는 매우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일이 시작된 뒤 포항시민과 기업들은 군사작전을 위한 각종 규제와 불통에 가까운 군의 대민의식에 많은 원망을 했다. 하지만 해군6전단의 입장에 서면 영해와 영공 수호를 위해 불철주야 작전을 수행해 왔는데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6전단이야 군을 통솔하는 국방부의 조치에 따라야 하니 문제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연오랑 세오녀 설화의 무대라는 자긍심이 60년간의 항공기 소음 피해에 억눌려온 동해주민들의 처지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지역사회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엄혹한 세계철강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포스코에 도상(圖上)에서 정해진 금액만 1천억원일뿐 막상 닥치면 5천억원까지 예상된다는 공항 확장 부담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항공기가 넘어다니는 인덕산 정상 보다 낮은 멀쩡한 공장에 남아 도는 터를 놔두고 1천500억원을 들여 경주에 까지 가야할 지 고심해야 하는 동일기업의 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포스코 등의 입장에서는 지난해 2월 총리실이 관장하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서 군과 조정안에 합의했으므로 신의·성실원칙 상 내놓고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결의 두 주체는 여론을 포함한 지역 내 모든 요소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으며 그 본보기는 지난 2006년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 당시에 확인됐다.

당사자나 다름 없는 포항상공회의소와 포항지역발전협의회도 마찬가지다. 포항시민과 기업들을 위한 사명을 늘 각성하고 있다면 이토록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는 자세에 머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도 자유롭지 않다. 온갖 혐의에 연루돼 법정을 드나들고 있는 김형태 의원이 뒤늦게 사태 해결에 뛰어든 사정이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병석의원은 평소 지역구와 상관 없이 포스코와 포항의 관계정립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대안을 제시해온 만큼 적극적으로 국회부의장의 역량을 이 문제에 할애해야 한다.

지리한 3년 세월과 미래의 공동발전을 위한 모색에 집중돼야 할 지역의 역량이 엉뚱하게 소모된 점이 아깝긴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공항 확장안에 대한 전향적 재검토를 지시했으며 첫단추를 잘못 꿰는데 원인을 제공한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도 군 공항 이전특별법을 발의해 중앙 패권논란자들의 방해를 무릅쓰고 법사위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문제해결의 시기가 무르익은 다음에야 공을 논하며 나서는 민망함이 제발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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