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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나라사랑 큰나무`와 런던의 `양귀비꽃`

등록일 2012-11-21 21:03 게재일 2012-11-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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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환 유럽경제문제연구소장

지난 17일은 제73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 날은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삼일절, 광복절 등은 많이 알고 있지만 이날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요즘 우리사회는 세대간, 이념 간 갈등 등으로 인해 일제 식민시대와 6·25전쟁을 단순한 과거사로만 인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안동은 독립운동의 성지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긋고 있는 곳이다. 독립운동의 첫 걸음인 1894년 갑오의병이 일어난 유일한 곳이 안동이며,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인물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과거의 역사는 우리의 미래를 비쳐 주는 거울임과 동시에 미래를 이끌어 줄 지팡이와 같다. 우리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유래 없는 고도 압축 성장을 이뤘다. 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세대 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그럴수록 차근차근 채워갈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함께 기리며,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자녀들을 이끌어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순국선열과 보훈정신을 기리는 것이 비단 우리만은 아니다. 1차 대전 종전 서명일인 11월11일을 `포피데이(poppy day·양귀비의 날)`라 부른다. 복무 중 순직한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 영연방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현충일인 셈이다. 많은 비-영연방 국가들도 이 날이나 또는 비슷한 날을 종전 기념을 위한 특별한 날로 추모하고 있다. 결국 `포피데이`는 1918년 1차 세계대전의 적대행위를 역사의 뒤안길로 돌리기 위해 11월11일로 정해진 것인데, 독일과 연합국 대표들이 서명한 종전협정에 따라 적대행위는 11번째 달의 11번째 날에 공식적으로 종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금 영국에는 붉은 꽃을 달고 거리를 누비는 신사 숙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빨간 양귀비 조화를 단 택시들도 볼 수 있다. 양귀비 꽃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나라 위해 목숨 바친 군인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 피었네~ 줄줄이 선 십자가들 사이에~ 오! 플랑드르 들판에 잠든 그대여….` 양귀비가 순국선열의 피를 상징하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연합군인과 어느 여인이 주고받은 시(詩)가 계기가 됐다. 이 여인은 참전 군인을 기리는 의미로 붉은 양귀비꽃을 옷에 달고 다녔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의 최악의 전장의 하나인 플랑드르 들판에 핀 양귀비 꽃. 그 화려한 붉은 색은 전쟁에서 군인들이 흘린 피를 상징한다. 오늘날 포피데이를 맞는 영국에선 종이로 만든 양귀비꽃을 시내 어디서든 판매하기도 하고, 손쉽게 구입해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달고 다닌다. 수익금은 전쟁미망인, 고아, 상이용사들을 위해 쓰일 정도로 양귀비꽃은 이제 그들에겐 애국심의 상징이 됐다.

우리 국가보훈처도 2005년부터 `나라사랑 큰나무`배지달기 운동을 벌여왔다. `당신의 나라 사랑이 대한민국을 키워간다`는 뜻으로 푸른 나무 그림에 태극 열매와 비둘기 등을 담았지만 아직까지 국민들 가슴에 완전하게 자리 잡진 못했다. 영국 포피데이에 만발하는 양귀비를 생각하면 한국의 `나라사랑 큰나무` 배지는 너무나 초라하다. 독립운동의 성지인 안동에서부터라도 순국선열기념일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냈으면 한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의미와 실속을 챙기는 행사 말이다.`나라사랑 큰나무`배지를 단 미래의 꿈나무와 함께 내년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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