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직후 당선연설에서“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문을 연뒤, “일어설 때도, 넘어질 때도 함께 해달라. 여러분들이 오바마 싸인을 들고 응원했던, 롬니의 싸인을 들었든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은 우리의 자리를 지키라고 우리를 뽑지 않았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해서 우리를 선택했다”고 마무리했다.
지금 우리의 대선판은 어떤가.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선거초반에는 지리한 과거사논쟁으로 정치혐오를 촉발시키더니 지금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잠재성장률의 저하,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다양한 형태의 양극화, 지나친 관료화와 행정부의 비대화, 국제 환경의 유동성과 대립, 남북문제 등 현안이 코앞에 산적해 있다.
하지만 지금 대선판에는 이같은 현안이 이슈를 선점하지못하고 있다.
다만, 정치쇄신에 대한 경쟁적인 공약만 남발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재탕삼탕이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에서부터 중앙당 권한축소, 국회의원 정수 축소 및 특권포기 등등.
여기에다 야권은 후보단일화란 흥행에만 몰두하고, 그 과정에서 밥그릇싸움만 치열하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고 그 절차와 방법을 정하는 일이 국민들에게, 나아가 국가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 일인가 반문하고 싶다. 그들로서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정권교체를 실현,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대선판을 흥행몰이로 끌고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 야권후보 단일화 바람 차단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여권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일부 정파적 거대언론도 한몫하고 있다. 그들은 그 흥행을 부추키며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국가적인 현안을 대선정국의 이슈로 이끌어내는데는 인색한채 대선정국을 파행으로 이끌면서 대한민국 정치왜곡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대선정국은 철저히 국민이 배제된 정치인들만의 난장판인 셈이다.
각 후보측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국가재정은 거덜나든 말든 천문학적인 재원이 들어가는 복지공약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재원대책에 대해선 모두 함구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말을 과감하게 하는 후보는 한명도 없다.
`깜깜이 선거`도 문제다.
TV만 켜면 유력주자 3인의 이름과 그들이 주창하는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반값등록금 등 관심 이슈들이 연일 보도되지만 누구의 말이 옳고,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할 기회는 없다. 물건을 화려한 포장지 안에 감춘 채 좋은 물건이니 무조건 사달라는 격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다고는 하지만 숱한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의 정치수준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난장판의 지금 대선판으로 평가한다면.
연극이 끝나면 최선을 다한 배우들에겐 당연히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앞세우면서도 철저히 국민을 외면한채 정략만 판을 치고 있는 지금 대선판을 보면 그 박수를 받을만한 후보가 있을까. 다만, 국민은 누구에게 박수를 보낼 것인가를 냉철히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배우들도 관객을 두려워하며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에도 `최고의 순간`은 올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