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테마가 있는 세계 여행 한눈에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11-09 21:15 게재일 2012-11-09 11면
스크랩버튼
`안녕 다정한 사람` 달 펴냄, 365쪽 김훈 등 10명 지음<br>유명 작가 10명이 쓴 여행에세이 단행본으로 묶어

소설가 김훈을 비롯해 은희경·신경숙·백영옥과 영화감독 이명세,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이자 에세이스트인 박찬일, 뮤지션 장기하·이적.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열 명의 유명인이 각자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난 뒤 단행본으로 묶어낸 여행에세이 `안녕 다정한 사람`(달)이 출간됐다.

이 전혀 다른 열 번의 여행에서 우리가 그동안 익히 알아온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와 꿈, 기호, 바람 등을 가만히 엿볼 수 있다.

# 1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

2011년 10월 은희경 작가는 와이너리 답사를 위해 호주를 택했다. `와인`을 기꺼이 `애인`이라고 부르는 그녀답다. 호주의 전통 있는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자연과 벗하는 야생의 맛을 음미한다. 술도 온기가 있는 생명체인지라 시간의 흐름이나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그날 그날 맛이 다르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코알라나 캥거루 등이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농장을 체험하기도 하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나 12사도 바위를 돌아보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흠뻑 취하기도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호주 와인을 찾았다. 그리고 돌아왔다. 지금은 그곳이 사무치게 그립다.

▲ 호주 와이너리

# 2 김훈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

2012년 2월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만큼이나 아끼는 것이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그는 여행할 때마다 성능 좋은 카메라 두어 개를 챙겨 롱샷으로 크고 먼 풍경을 내다보기도 하고 가깝게 당겨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예측하건대, 그 카메라의 역할을 때론 작가의 두 눈이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미크로네시아의 축 섬으로 들어간 그는 클로즈업을 통해 울트라마린블루의 해안과 열대 생물들을 보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롱샷으로는 그 바다 심해에 잠긴 전쟁의 상흔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곳에서 `사람`의 다른 말은 바로 울트라마린블루만큼이나 청명한 `희망`이었다.

# 3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

2012년 3월 박칼린 감독의 뉴칼레도니아 여행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녀의 상상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읽는 이를 또 상상 속에 빠뜨린다. 그녀를 마법으로 이끌고 간다는 바다, 그리고 노캉위와 브러시 섬, 그리고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아이처럼 해맑았을 박칼린 감독의 모습까지. 이런 게 여행이 주는 달콤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간 사이사이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담고 있다. 그리고 삶의 저변에서 올라오는 평온함과 안온함에 대해 오래 깊이 생각하도록 한다.

▲ 뉴욕 맨해튼

# 4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2012년 4월 식도락 여행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다. 아마 인간의 오각 중에서 가장 민감하면서도 또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 바로 `미각`이 아닐까. 요리하고 글 쓰는 남자 박찬일 셰프가 잡은 여행의 테마는 `도시락`, 그리고 선택한 여행지는 `일본 규슈`였다. 우리가 보통 흔히들 `벤또`라고 부르는 그것, 그리고 좀더 구체화시키자면 기차에서 먹는 `에키벤`. 그 도시락의 화려한 세계를 특유의 입담으로 안내한다. 특히, 도시락 올림픽에서 순위가 매겨지는 그것들은 구경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간다.

▲ 일본 도시락

#5 신경숙에게 여행은 친숙한 나와 낯선 세계가 합해져서 넓어지는 일

2012년 6월 신경숙 작가에게 맨해튼이란 낯선 여행지라기보다는 그리운 제2의 고향쯤이 아닐까. 일 년 정도 지내다온 곳에 다시 가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도착하자마자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살던 집에 가보는 것. 로비의 경비가 아직도 살고 있다고 착각해 반갑게 인사를 걸어올 정도로 친숙한 그곳이었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골목마다 세계 거장의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수준급의 악사들이 거리에서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는 곳. 바로 맨해튼에서는 누구나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관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매혹적인 그곳에 그녀는 책상을 하나 놓고 싶다고 말한다. 그 책상에서 이번엔 금발의 이방인들의 심금을 울릴 어떤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지도 궁금해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