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가 여전히 시끄러워 걱정스럽다. 민의의 대변장이니 군대처럼 일사불란할 필요는 없지만 감투 다툼으로 바람 잘날 없으니 하는 얘기다. 구설수의 화근을 의장단이 자초했기에 봉합도 쉽지 않아보인다.
알다시피 제9대 후반기 의장단은 원 구성 과정에서 의장단 선거가 과열되면서 홍역을 치르고서야 가까스로 출발했다. 조금은 부끄러웠던지 의장단은 개원 당시 개혁과 변화 등을 거창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약속은 며칠가지 않았다. 연일 각종 사안을 두고 마찰이 일더니 특위위원장 등 인선에 이르러선 기준이 뭔지도 모를 일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엉망이 됐다.
특히 후반기 예결특위위원장 선출에서 현 의장을 도운 모 공신(?)은 표 대결에서 의장단 선거 당시 반대편에 섰던 Y의원에게 패하자 바로 예결위원회에서 빠져나와 특위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의장단의 지원과 배려없이는 어려운 것이었다. 의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의장단은 “능력이 있어서”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의장단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자기를 도와 준 공신에 대한 보답차원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된다는 얘기다. 긴가민가했던 의장단에 대한 불신의 씨앗이 그렇게 뿌려졌고,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민경제특위, 독도수호 특위, 도청이전지원 특위, 경북대구 상생발전 특위, 지방분권추진 특위와 예산결산특별위, 윤리특위 등 7개 위원회 인선에서도 의장단의 고민을 찾아 보기 어려웠다. 단적인 예가 서민경제특별위원회다. 위원 9명 중 무려 8명의 초선의원이 배정됐다. 구미지역 출신 도의원이 4명이나 배치돼 권역별 분배도 무시했다. 팍팍해진 서민들의 사정을 구미 중심으로 듣겠다는 발상아니고서는 납득키 어려운 대목이다. 선수나 지역간 안배도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구성된 특위에 도민들의 의지가 제대로 담겼는지 의문스럽다. 경북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트 국책사업이 한창 진행중인데도 이를 다룰 특위도 하나 없고, 경북도가 일자리창출에 도정을 집중하고 있는 데도 관련 특위 신설문제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울진원전에 불량부품이 공급돼 문제가 불거져 있고, 월성원전의 잦은 고장, 영덕에서의 신규원전 건설에디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 등 도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의회에는 도민 의견이 제대로 전달될 창구조차 없다. 도의회가 앞으로 이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도민들은 무척 궁금해 하고 있다.
의장단의 입장이나 고민은 어느 정도 짐작된다. 그러나 정치행위에는 냉혹한 현실의 평가가 뒤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선거 때 공신이나 챙겨 의회를 시끄럽게 한다면 어느 누가 의장단의 공정성을 믿고 따르겠는가. 전거가감(前可鑑)이란 말이 있다. `앞수레는 뒤수레의 거울이 된다`는 뜻이다. 후반기 의장단은 출발에 앞서 과거를 거울 삼아 잘하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다. 앞서 간 사람의 실패를 보고 뒤 사람이 경계로 삼아야 할 것 아닌가. 잘 한 것은 계승하고,악습은 버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잘하는 것은 버리고,악습만 계승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도민이 지켜보고있다. 의장단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