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박근혜 후보와 야권의 단일후보가 맞붙을 경우, 누가 승산이 있을까. 많은 여론조사에 의하면 용호상박이요, 초박빙이자 오리무중이다. 야권의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중 누가 경쟁력이 있고, 누구로 단일화가 돼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여론 또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그런데 세 사람 모두가 공약을 내걸며 자신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을 거라고 단언하고 있다. 추종자와 지지자들도 대선 후보자 못지않게 저마다 자신만만하다.
이제 한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을 맞이하게 된다. 서유럽 독일 뮌헨 등지의 베네딕트 수도원 등지에서는 이맘때면 의미 있는 수도회가 열린다. 수도회는 기업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의 리더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현실적이면서도 구도적이고, 참회적인 성격을 띤다. 속세의 경영자를 위한 세미나가 왜 하필이면 수도원에서 이루어질까?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연구하고, 현대와의 접목을 시도하려는 이른바 `베네딕트 모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중세 중반의 수도원은 기업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 기업과는 달리 종교적인 임무와 사회적 의무를 동시에 띠었다는 점이다. 베네딕트 수도원은 공동체의 규율을 정하고, 엄격한 운영 방침에 따라 수도원을 운영했다. 나중에는 농업뿐만 아니라 상업과 제조업에도 관여했는데, 적자를 기록한 수도원에는 어김없이 퇴출 명령이 떨어졌다.
유럽의 많은 기업인이 베네딕트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열리는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회에 참가한 독일 및 유럽 각지에서 온 경영자들은 “너 자신을 먼저 해고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책임을 주어 일을 수행토록 해보라”는 등의 말들을 되새기며 묵상한다.텔레비전도, 전화도, 라디오도 없다. 수녀들과 함께 묵상하면서 평상시에 행한 자신들의 업무에 대해 깊은 비판과 자성의 시간을 가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동료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했는가? 어떤 동료가 해고 됐을 때, 혹은 자신이 원했던 위치를 가로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가?
독일에는 `자이텐 벡셀(Seiten Wechsel)`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옮기면 사이드 체인지(side change). 축구 등의 구기 종목에 쓰이는 이 용어는 경영학에도 쓰이고 있다. 축구 경기에서 상대 수비 진영을 교란시키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측면돌파다. 축구에서 한 측면만을 공격하는 것보다 양 측면을 번갈아 공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이텐 벡셀`에는 훨씬 포괄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균형잡힌 눈길로 좌우를 번갈아 보기, 나와 상대를 번갈아 보기, 바뀐 입장에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자는 역지사지의 지혜까지 포함돼 있다. 사실 말이 쉽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왜 느닷없이 `자이텐 벡셀`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18대 대선이란 큰 게임이 코앞에 있다. 이제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정치공약과 함께 화려한 토론들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과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진정 보고 싶어 할까? 공약은 기본이다. 거기에 플러스알파가 깊이 배어 있어야 한다. 깊은 성찰과 고뇌, 그리고 자숙의 태도 말이다. 그런 태도라면 국민이 믿어주지 않겠는가. 그 정도면 공약에도 땀과 눈물이 어느 정도까지는 스며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