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이 걸리는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다. 12년을 공부한 후 다시 대학에 가서 2년에서 4년 정도 공부를 하고,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비로소 명실상부한 사회인이 된다. 12년 동안 학생들은 매일 아침 학교에 나가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받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교과목 교육은 한 층 한 층 얇은 벽돌을 쌓아나가듯이 이루어진다. 국어 과목을 예로 들면, 초등학교 6년 동안 이루어진 성취기준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와서도 수준을 높여 섬세하고 조밀하게 이루어진다. 세밀한 성취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국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꽉 짜여진 교육을 받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12년은 너무 길다. 또 학생들의 서로 다른 재능들을 높이 고양시키는 방법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과정에 의해서도 우수한 학생들은 나타나게 마련이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식인과 관료들, 기업가들도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교육제도를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먼저 학교 교육 기간을 10년으로 줄여보자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5년, 중고등학교 5년, 합쳐서 10년 동안 지금 12년 동안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을 해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고등학교 5년은 학생들이 학교에 앉아서 교실 수업을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장래의 직업을 찾아나가는 센터로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은 이를 위한 지도자로서 학생들이 사회 각계에서 자신의 재능 또는 적성과 관련된 교육을 받는 일을 조정, 조절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제철소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선생님은 제철소에 학생 소개장을 써서 보내고, 제철소는 학생을 위한 교육시설을 확보해 놓고 있다가 그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 학교는 이 학생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도록 학생의 부모, 그리고 회사의 교육담당자들과 긴밀히 협의한다.
셋째, 이런 일들이 가능하려면 대학 입시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이 곧바로 대학에 갈 수도 있지만, 직장에 다니다 필요에 따라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했던 사람이라면 그 경력과 실적을 중심으로 선발해서 대학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내가 이러한 교육제도를 꿈꾸어 보는 것은 이런 변화가 청소년들의 육체적 성장속도에도 부합하고, 그들의 정신적 성숙을 효과적으로 촉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15세만 되면 결혼도 했던 사람들을, 근대에 들어서면서는 긴 제도교육 기간을 거쳐 성인이 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따라 아주 긴 청소년 기간이 설정됐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공장이나 군대, 감옥과 같은 구조를 가진 학교라는 건물, 일종의 수용시설 속에서 길러지게 됐다. 고등학생이 되어 육체적으로 이미 성숙한 학생들, 자신의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데 목이 마른 학생들은 틀에 박힌 교실과 수업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미 이러한 학교교육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아주 높은 수준에 다다라 있다. 위험신호가 나타난지 벌써 오래된 것이다. 나의 공상에 따르면 학생들은 18세가 되면 실제 성인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군대에 갔다 와도 빠르면 20세면 사회생활이 가능해진다. 대학은 사회인으로서 공부하는 곳이 된다.
지금 내가 말한 학교 개혁론은 하나의 공상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일은 공상에 가까운 상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