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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보다 더 무서운 不信 풍조 만연

남보수기자
등록일 2012-11-06 21:31 게재일 2012-11-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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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사고지역 주민들 귀가해도 큰 지장 없어”

지난 9월27일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 사고가 40일이 지나 대피해 있던 피해 마을 주민들은 귀가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관계기관에서 밝혔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전세자금 지원 등을 요구하며 귀가를 거부한다.

경제자유구역 보상 등 그간 정부 정책을 못 믿겠다는 불신 풍조가 귀가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탐대실, 제 살 깎아 먹기

불산 사태 이전 구미시에는 4단지 확장, 경제자유구역 지정, 5공단 조성 등으로 인구유입이 가속화됐다. 이런추세에 힘입어 4공단 대단지 아파트인 불산 사고 인근인 옥계동 현진, 우미린 등 신규아파트는 분양 후 P (premium)가 2천만 원 이상 붙었다. 전국의 모든 아파트가 분양 후 매매가가 내려간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변에 속한다.

그러나 불산 사고 이후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프리미엄이 빠지는 추세다. 이는 불산피해 우려도 있지만 최근 부동산업자들이 불산 피해지역 정반대쪽인 구미시 이문동이나 봉곡동 등지의 아파트 거래 시 불산 사고 위험을 거래 때 악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고지역과 떨어진 이문동의 한 오피스텔 부동산업자는 “지금 보증금 1천만 원을 걸고 계약 때는 2달 후면 500~1천만 원 정도 P가 붙는다”며 “불산 피해로 그곳 원룸에 들어가기 꺼려하면 결국 이곳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구미시 전체를 불산 공포 도가니로 몰아넣는 제살 깎아먹기 식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부동산 업자들은 말한다.

아전인수, 너도나도 불산 핑계

불산 사태는 지역 기업에 엑소더스( Exodus)를 몰고왔다. 이는 아파트뿐 아니라 사고공장 인근 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4일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 등에 따르면 불산 사고 이후 인근 10여 개 업체 20~30대 생산직 근로자 100여 명이 사고발생 20일 만에 퇴직해 일손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으며 이 중 A사는 600명 근로자 중 100여명이 사고발생 20일만에 이직해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또한 인근의 10~50여 명 규모의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칠곡, 대구 등 타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아직도 공기중이나, 공장 건물에 부착한 불산가스 성분이 장기근무 때 영향을 줘 불임 등 건강상 영향을 끼친다는 헛소문 때문이다.

이런 원인은 근무환경이 열악한 타지 중소기업들이 일손 부족으로 애를 먹자 불산을 핑계로 제논에 물대기 식 모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의 한 근로자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대구, 칠곡, 구미 등지의 업체들을 상담한 결과 타지업체가 구미지역 근무시 불산 피해 위험을 얘기해 망설여졌다”며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이라고 했다. 또한 사고공장 인근 근로자들은 아직도 방치된 불산 저장 탱크로리를 보면 혹 저곳에서 가스가 조금씩 새 나오지 않을까 정신적 불안감으로 하루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구미/남보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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