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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배우는 경영지혜

등록일 2012-10-25 20:58 게재일 2012-10-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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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옥 포항성모병원장

우리병원 주위에는 나무가 많다. 출퇴근하면서, 산책하면서 나무에 대하여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계절의 변화에서 보면 봄이 오면 새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화려한 꽃을, 가을이면 결실을, 겨울이 오면 잠시 성장을 멈춘 채 휴식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준비한다. 나무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순환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그것을 이어가는 나무는 나에게는 위대한 스승이고, 닮고 싶은 모델이며, 부족한 나에게 경영의 지혜를 많이 가르쳐 준다.

우선 우리병원의 소중한 정원사 공대구 아저씨의 움직임에서 많은 힌트를 얻는다.

첫째로 가지치기다. 나무를 가꾸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가지치기이다. 진정한 의미의 가치치기는 단순히 죽은 가지를 쳐내는 것이 아니다. 가지가 너무 무성하면 열매를 맺는데 지장이 있고, 자원은 한정돼 있기에 성과를 창출하고 있더라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가지치기는 무엇일까, 우리병원에 있어 가지치기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둘째는 거름주기다. 거름은 토양이나 식물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성장을 촉진시키는 요소다. 공대구아저씨는 나무가 아픈 것을 귀신같이 안다. 가뭄이 계속될 때 아저씨가 물을 주고나면 그제야 하늘도 눈치 채고 비를 내려준다. 나에게 있어서 거름을 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이다. 직원들에게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도록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일상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셋째는 토양 일구기이다. 토양을 일구는 것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독자적인 철학과 사상의 토양을 가꾸려면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존재이유와 고유한 업무에 대해, 그리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고, 병원의 핵심가치와 비전이 고객들에게 신선하면서도 바르다는 평가를 받아야 병원은 지속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는 하나하나이지만 외부에서는 병원이라는 숲을 바라볼 것이다. 이 큰 숲이 생명을 이어가려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단일문화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는 조직이 우수한 것 같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위기가 왔을 때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다원화된 조직이 다양하게 결속돼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발전의 폭이 두텁고 단단하다.

또 상호 공생해야 한다. 생명이 생겨나기만 하고 소멸하지 않는다면 숲은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숲을 이루는 모든 동식물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결국 숲의 모든 구성원들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공생을 위한 소통문화, 상호신뢰, 협력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끝으로 회복력이다.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위기가 닥쳤을 때 생존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조직내성이다. `한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한사람을 위해서`(One for all, All for one)가 중요하다. 지난 볼라벤 태풍 때 커다란 나무가 태풍을 견디어내는 것을 보았다. 거센 바람이 몰아칠 때 모든 나뭇잎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모두가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버티는 것을 보았다. 본인의 일에만 신경 쓰지 않고 한 명은 전체조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전체는 한명을 위해 하나가 되어 도와주는 것을 나무에게서 배웠다. 이 가을에 자신을 돌아보며 주위를 둘러보며,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함께하는 동료들에게도 진정한 나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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