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 창비 펴냄 문성해 지음, 136쪽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도시의 후미진 외곽 지역을 들여다보면서 슬픔조차도 주린 배를 채워주지 못하는 상처투성이의 안쓰러운 삶의 순간순간들을 읽어내며 삶의 진면목을 사유하는 존재론적 성찰에 이른다.
대상을 바라보는 세밀한 관찰력과 선명한 이미지가 투명한 언어에 실려 반짝이는 가운데 섣부른 수식이나 과장 없이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삶의 다양한 무늬들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잔잔한 울림을 자아낸다.
문성해의 시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이자, “아래로 눌렸던 것이 일순간 튀어오르는”(문태준, 추천사) 듯한 삶의 간곡한 노래이다.
시인은 특히 “도시의 외곽에 기계부속품들로 흩어져 살”(`대구`)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나 “하루 삼만원 일당”의 공공근로에 나서는 여인들처럼 “누구에게 꺾어줄 수도/머리에 꽂을 수도 없는 꽃”(`파꽃`)과 같이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삶을 연명해가는 존재들에게 애틋한 관심을 보인다.
“주변과 중심에 대한 예사의 생각을 거역하고 역전시키는 도발적인 상상력”(문태준, 추천사)이 빛나는 문성해의 시는 부정적인 현실을 뒤집는 힘으로 삶의 비애를 뛰어넘는다. 목청을 높이는 법 없이 담담하게 “저녁 기도를 위해 가는 향을 피우는 사제”(`국화차를 달이며`)의 심정으로 “한 방울의 맹독”과 같은 시를 짓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숭고한 시정신을 엿보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