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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연대론의 계층론적 근거

등록일 2012-09-20 20:47 게재일 2012-0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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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한국이 IT강국으로 부상한 게 한 십여 년 되었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십 년은 권력이 못 견뎌 낼 만큼 긴 시간이다. 무엇보다 이 기간 동안에 철강, 기계, 자동차 같은 무거운 산업 비중 `대신에` 가벼운 산업이 부상하게 되었다. 대공장과 중장비, 대규모로 조직된 노동자들의 시대 대신에 분산적인 작업장, 컴퓨터와 인터넷, 곳곳에 흩어져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는 다중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에 고용시장을 탄력적으로 만든다는 이유로 추진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대는 조직되고 편입된 사람들보다 불안정하게 자유로운 사람들의 숫자를 자꾸만 늘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러한 인구 구성상의 변화, 계급·계층상의 구성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야당인 민주당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면서 2030세대의 민심까지 수렴할 목적으로 모바일 투표를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모바일투표는 많은 논란을 빚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가 당내의 지지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모바일 투표는 비밀선거의 원칙에 정면 위배되며, 상대 당 지지자의 참여(역선택)도 막을 수 없다는 제도적 허점도 있다. 관리자의 오류 가능성 등으로 안전성도 객관적으로 담보되기 어렵다는 비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재의 민주당이 그들의 잠재적 지지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조직적 탄력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사회에는 지금 새롭게 부상하는 `비조직적인` 다수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무정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기존의 정당조직 같은 딱딱한 조직형태로는 수렴, 포용할 수가 없다. 이것은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는 진보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비조직적인 다수, 안철수 보수파 또는 진보적 비민주당 세력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 또 그들이 자기 정치적 의사를 왜곡 없이 표현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

민주당의 모바일 투표는 딱딱한 조직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잠재적 지지층을 당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친노`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정치적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발휘되었다.

야권에서 안철수 원장이 부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어쩌면 명실상부, 지난 십 년 동안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계급, 계층의 취향이나 가치 지향을 자신도 모르게 대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동안 뜸만 들이던 안 원장도 마침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제부터 민주당에서는 본격적으로 그와 함께 연대해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맞서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국민들이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이나 문재인 후보 지지를 그대로 받아들일까?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지난 십 년 사이에 국민들 사이에서 지역주의도 꽤 약화됐지만 일련의 정치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다. 이 당은 그들이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국민 계급, 계층의 큰 부분이 그 존재방식이나 가치지향 면에서 완연하게 달라졌는데도 이들을 아우를 효율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복지 공약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여권에서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니 범야권 연대 및 통합론, 간단히 말해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통합론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바깥에 너무 많은 `야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너무 많은 야당적인 국민들 때문에 민주당은 홀로 선거를 치를 수 없을 만큼 취약해 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같은 전략적 제휴에서 대표주자로 나서서 `얼굴`역할을 할 사람은 과연 누가 될까. 안철수냐 문재인이냐. 당분간 국민들은 이 문제에 촉각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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