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이다. 어저께 광주 5·18묘역을 찾았고 그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대선을 고작 석 달 남겨둔 지금 그의 출마를 놓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를 들먹이고 유력한 차기 권력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측은 불출마 종용설이 불거지는 등 긴장하고 있다. 치밀한 그의 전략이 기성 정당 정치의 허점을 비집고 자신의 몸집을 불려 왔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안철수를 기다리는가. 안철수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그는 어디쯤 언제쯤 어떻게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을지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이야기처럼 세상이 안철수의 대통령 출마를 기다리는 것은 안철수 현상 때문이다. 언어유희 같은 이 현상은 사실은 노이즈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는 철저히 계산된 그의 대선 전략이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가져 온 것은 우리 사회의 모순, 현실에 대한 실망이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주거 교육 건강 노후 등 민생의 기본에 대한 개인의 불안을 국가가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개인에게 맡기지 않고 국가가 해결해 주는것이 공정한 복지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는 명쾌한 통찰력으로 이런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할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진 듯 매사를 정리해 나간다.
그는 자신의 단점 또는 약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한다. 착한 것의 반대는 약한 것이 아니라 악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착하지만 강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지율이 50%를 넘기면서도 지지율 5%도 안 되는 현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를 넘겨 준 것이 그의 단호함과 결단의 사례라 했다. 경험이 없다는 말에도 나쁜 경험이라면 오히려 없는 것이 낫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일화를 빌렸다.
안철수 원장은 소통과 합의라는 단어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리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 같고, 그는 사회선생님 같다. 갈등과 이해관계의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관적 입장에서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는 이 백면서생의 탁상공론을 우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안철수 원장이 가장 경쟁력있다는 경제 문제에 대해 따져보자.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고 재벌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비자금 사건이나 재산상속, 노동조합 탄압 등이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만 입법·사법부가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법이 가진 자의 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정의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경제범죄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엄정하지 못해 사기범이 득시글거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저절로 기업들이 준법 경영을 하게 될 것인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처벌이 강화되고 경제 정의가 실현될 것인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게 된다는 말인가.
안철수 원장의 장점은 그가 기성 정치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는 이 사회의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있고, 반대 세력의 주장에도 동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에게 어느 쪽으론가 결정해야 하는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다. 그가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 그 상대가 있고 더 강한 주장을 펴게 되는 게 우리 사회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떻게 되나. 또 한 번 국민만 실험 대상이 돼 고통받고 피곤해져야 하나. 언제까지나 국민이 실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언론들은 안철수를 언제까지나 착한 범생으로 가두어 놓지 말고 현실에 데리고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