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노나라 대부였던 유하혜는 더러운 군주라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작은 관직이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또 관직에 나아가서는 자신의 재능을 숨기지 않고, 반드시 자신의 도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 군주에게 버림받아 기용되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았고, 곤궁한 상황에 부닥쳐도 근심하지 않았다. 그래서`너는 너고 나는 나다. 네가 아무리 내 옆에서 옷을 벗고, 알몸을 드러내는 무례한 짓을 한들 네가 어떻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라고 했었다. 두 유형에 대해 맹자는 “백이는 마음이 좁고, 유하혜는 공경스럽지 못하다. 마음이 좁고 공경스럽지 못하면 군자는 따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맹자는 둘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북도의회 제9대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의원들은 연임 대신 새로운 인물을 택했다. 9대 전반기를 비교적 잘 이끌어 왔던 이상효 의장을 뒤로하고, 송필각 의원을 옹립했다. 부의장 선거는 엎치락 뒤치락 결선 투표까지 가는 진풍경을 연출한 끝에 무소속을 제1부의장으로, 그리고 여성을 제2부의장이 뽑았다. 39명으로 구성된 초우회의 입김이 있었다는 등 뒷담화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정견발표를 하는 변화도 있었기에 나름 인정도 받았다. 다들 결과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장면도 보여줬다. 물론 일각에선 새누리당 일색인 경북도의회가 무소속을 제1부의장으로 선출한 것을 두고서 `정당정치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질타도 있었으나 대세는 아니었기에 곧 비켜갔다.
그러나 박수 속에 등장한 도의회 의장단은 거기까지였다. `열린 의회 도민을 위한 의회`라는 거창한 슬로건은 어디가고 도의회 운영을 밭은 운영위원장까지 낀 의장단의 파열음이 우려수준을 넘어서 이제 도민이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 물밑에서 각자가 기 싸움을 보이지 않게 펼친 결과가 빚은 사태다.
급기야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현 의장단과 힘겨루기라도 하듯 원내대표, 총무 등 새로운 진용으로 구색을 갖춰 후반기 의장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겠다며 나섰으나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후반기 원 구성 당시 상황이 재연되면서 또 뒤죽박죽이 됐다. 아수라장이었던 당시 현장을 지켜봤던 일부 도의원들은 사사건건 마찰이 일어나는 도의회의 앞날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공천이라는 제도가 있는 한 경북도의회도 정당정치의 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일색인 경북도의회는 제4대 때부터 지금까지 타 당의 의원들이 의장단은 물론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적이 없었고, 이번 9대에서 처음 이변을 연출했다. 제9대 의회가 과거보다 성숙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돌아가는 꼴을 보면 뭔가 개운치 않다. 의장, 부의장, 운영위원장, 상임위원장, 예결특위원장 등 책임 있는 의원들은 요즘도 한결같이 “민생현장에서 직접 도민의 말을 듣고 도민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의정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물론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허나 지금 안방에서 쪽박 깨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민감한 사안이 있으면 싸우더라도 소리나지 않게 물밑에서 조정해 가면서 다투길 바란다.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유념해 달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