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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사마천에 길을 묻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9-14 20:24 게재일 2012-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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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민음사 펴냄, 1권 892쪽·2권 940쪽 사마천 지음, 김원중 번역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살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힘든 세상이다.

여러 복잡한 관계와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초인에 가까운 힘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싸워나가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지침으로 갖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 모른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의 역사가 사마천이 기원전 90년에 펴낸 역사서`사기`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 책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동양의 대표적 고전이다.

중문학자 김원중 교수가 사마천의 `사기`중 `열전`을 번역한 `사기 열전`(민음사)은 `교수신문`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선정 최고 번역서로 선정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원중 교수의 번역은 “이해하기 쉽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려 하며, `사기`의 원래 의도를 존중해 어감을 살려 번역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기 열전`이란?

`사기`는 상고 시대부터 사마천이 살던 한 무제 때까지 중국 역사를 다룬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중국 역사의 전범(典範)이자 역사서의 궁극으로 일컬어지며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역사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사기`는 `본기(本紀)`, `표(表)`, `서(書)`, `세가(世家)`, `열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열전`은 주로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한 인물들의 전기를 수록하고 있으며, 때로 계급을 초월해 기상천외의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왜 `사기 열전`은 인간학 교과서인가?

`사기 열전`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마천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겪는 고충을 거의 모든 인물이 똑같이 겪었음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말해 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대에 맞선 자, 시대를 거스른 자, 그리고 시대를 비껴간 자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는 교훈 역시 적지 않다.

사마천은 되도록 도덕적 기여도가 높은 인물들을 우선적으로 고르고 거기에 평가를 더했다. 독자로 하여금 선을 행하는 자는 복을 받고, 그러지 않은 자는 화를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도록 하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인물의 행동에서 본받을 만한 가치가 전혀 없으면 아예 그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전기에 집어넣기도 한다.

진나라 말기에 권력을 휘둘렀던 환관 조고(趙高)의 경우, `이사 열전` 등 다른 사람들의 `열전`을 통해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 번역 김원중 교수
사마천은 인물들의 개별적 유형에 입각해서 자신을 포함한 그 당시 시대를 움직인 인물들을 재구성하고 그런 근거를 그 이전의 경서(經書)와 제자서(諸子書)들뿐 아니라 민간의 구전에서도 취하는 유연성을 보여 준다.

이러한 `사기 열전`의 독특한 인물의 선택 서술 방식은 역사는 결코 지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또 독자에게 극적인 효과를 전달하기 위해 대립되는 인물을 같은 편에 놓은 경우도 많다.

또한 유림, 혹리, 자객, 유협, 골계 등 유사한 직업군을 한데 묶어 차례로 배치함으로써 인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인물에 대해 나열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그 인물을 제대로 보여 주는 특징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열전의 두 번째 편인 `관안 열전(管晏列傳)`을 보면 관중과 안영의 생애 서술은 철저히 무시되고, 그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두 일화만 소개한다. `중니 제자 열전`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은 후반부에 이름만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저자 사마천(기원전 145년~ 90년)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흉노에 항복했던 이릉을 변호하다 한무제로부터 노여움을 받아 궁형(宮刑)을 당한 인물이다.

궁형은 남자의 생식기를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사형에 버금가는 극형이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은 치욕과 고통 속에서 영원한 고전을 잉태했다. 고통 속에서 한 줄 한 줄을 꾹꾹 눌러 썼기에 `사기`는 단어 하나 행간 한 줄에도 저자의 깊이가 담겨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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