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은 샐러리맨들에겐 꿈의 연봉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회사에 기여한 소수의 선택받은 샐러리맨만이 누리는 특권에 속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근로자에 있어 이제 연봉 1억원은 더 이상 소수의 선택 받은자의 이야기만은 아니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회사와 4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임금인상분을 받아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인가 싶어 살펴보니 과연 입을 다물지 못할 금액이다. 보도에 의하면 현대차 근로자들은 이번 임금협상으로 성과급을 합해 인상액이 2천700여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현대차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곧 1억원을 돌파한다는 소식이다.
경기침체로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고 기업들 마다 난리 났다고 아우성인 판에 일반근로자들의 한해치 급여보다 많은 임금인상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차 한대 원가가 얼마나 되고 한 대를 팔면 얼마가 남기에 이렇게 근로자들에게 통큰 임금인상을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을 통해 자기들 몫을 받아 내는데 시비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현대차의 과다한 임금인상 소식을 듣는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 듯 하다.
당장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 타결 결과를 들은 협력업체 직원들과 저임에 시달리는 일반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에 일할 맛이 안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인상분 액수가 자신들의 한 해 연봉을 상회한다는데 한숨이 안나온다면 거짓말이다.
지역의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의 이번 통큰 임금인상의 불똥이 혹시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튀지않을까 걱정할지도 모른다. 거기에 원청업체인 현대차에 비해 훨씬 적은 급여를 받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그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함께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통큰 임금인상을 해준 만큼 그 비용을 고스란히 차량가격에 전가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현대차는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업체다. 마음만 먹으면 소비자의 눈치따윈 아랑곳 없이 차량가격을 올릴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차가 성장과실을 이렇게 오롯이 자기들끼리만 챙겨도 되는 것일까.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희생과 노력은 없었다는 건가. 그들이 밤낮으로 일해 세계최고의 부품을 만들어 도왔기 때문에 현대차가 글로벌기업으로 우뚝선게 아닌가. 그렇다면 성장의 과실을 협력업체와 같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가 돈잔치를 할 동안 협력사들은 허탈감에 빠져있다면 상생이라 할 수 없다. 현대차가 성장의 이익을 협력사와 얼마나 나누었는지 궁금하다. 만약 통 큰 임금인상으로 자신들만 독식했다면 놀랄 일이다.
현대자동차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잘 나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2.5% 늘어난 6조4천여억원에 달한다고는 하지만 경기침체로 지난달 내수판매는 작년에 비해 30%가량 줄고 있으며 해외판매 증가세도 둔화되는 추세다. 만약 예기치 못한 주변 여건변화로 브레이크가 걸린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할지 걱정된다.
성장의 과실을 협력업체와 나누고 현대차를 구입한 국내 소비자에게도 그 혜택을 함께 맛보게 해주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진정한 상생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