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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그리고 이숙번`

등록일 2012-08-31 21:45 게재일 2012-08-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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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현 편집부국장

`국민 검사`안대희 전 대검중수부장이 새누리당`정치쇄신위원장`에 발탁됐다. 정치권과 전혀 거리가 멀 것 같던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의해 중용된 것 자체만으로도 크게 주목받고있다. 법조계 안팎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검찰 재직 당시 그가 보여준 처신 때문이다. 그는 검찰에 근무할 때`부정부패에는 성역이 없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했다. 그래서일까. 무언의 지지자가 적잖다. 그가 초임 지청장으로 근무했던 영덕에선 아직도 그를 기억하며 회자할 정도다. 왕성한 활동을 해서가 아니라 재직 당시 공복으로서 아주 또렷하게 처신했던 것들이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이런 자세를 재직기간 내내 지켜왔다. 아마도 박 후보가 삼고초려하면서 그를 영입한 이유일 터다.

그래서 안대희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리고있다. 경남 출신인 그는 사법고시를 `학생등과`했고, 검사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특수통`이었으며, 친구였던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되었다. 그러면서도 당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를 구속했고,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초토화시켰던 장본인이다. 여야 양측에 골고루`피해`를 줘 정치권의`공적`이 되기도 했던 그가 올 대선 무대에 등장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런 점에서 안 위원장을 선택한 박근혜 후보야 말로`프로`중에`프로`라 해야할 지도 모른다. 박 후보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과반수를 넘지못하고 있어 단 한 표라도 아쉬운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지지, 참신성, 검찰과 법원 경력 등을 두루 갖췄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임이 두터운 안 위원장의 인선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안 위원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는 개혁을 이뤄낼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다. 국민 기대에 부응치 못한다면 풍선 바람 빠지듯 기대가 식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안 위원장은 위촉장을 받는 자리에서 “법 적용에서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 “고질적인 권력남용과 측근 비리, 친인척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권모술수가 횡행하고,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정치판`에 평생 원칙과 강골로 대처해온 그가 어떻게 생존할 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5년 마다 돌아오는 대선을 앞두고 곧잘 조선조 태종 이방원의 충복 이숙번 이야기가 회자되곤 한다. 이숙번은 조선 태조 때 실시한 최초 과거시험에 약관인 20살에 급제했다. 그는 문과 출신이지만 무신들보다 더 장수 기질이 농후했다. 이방원의 최측근이 돼 조선 개국 공신인 정도전 등 반대 세력을 제거했다. 이어 정종이 왕위에 오르자 방원에게`공을 왕으로 추대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하면서 절대적 충성을 했고, 결국 이방원을 왕위에 오르게 했다. 그는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자 이에 반발한 형제들이 일으킨 두차례 `왕자의 난`도 깔끔하게 진압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좌명공신(佐命功臣) 1등으로 좌찬성까지 올랐고, 태종이 추진한 정치개혁을 성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까지였다. 원래 성품이 망령된데다 자신의 공과 태종의 총애를 믿고 거만방자하게 굴다 결국은 관직을 삭탈당하고 1417년 50세에 경남 함양에 유배된다. 말로가 비참한 이숙번의 이야기는 큰 일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목숨을 걸어야 하고, 집권 후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세월은 흘렀지만 정치는 조선조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고, 권력 주변에는 항상`쇠파리`가 득실대고 있다. 안 위원장은 검사 시절, 한국 정치문화의 속성을 꿰뚫어 봤을 것이다. 실제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에 국민들은 식상해 있다. 국민들이 안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는 오직 하나, 깨끗한 정치판을 만들어달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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