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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힘

등록일 2012-08-17 20:33 게재일 2012-08-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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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화 체육부장

한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던 지구촌 올림픽 잔치는 끝났다. 40도를 육박하는 살인 무더위도 올림픽의 열기에 묻혔다. 온 국민이 밤을 지새며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과 함께 뛰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슬퍼하며 지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스포츠만이 할 수 있는 진한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의 위력과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가와 단체, 기업체 등에 대한 소속감, 애사심, 동료간 유대강화, 협동심, 사회성 함양 등 사회통합 기능의 위력을 확인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국민은 하나가 됐다. 여야간, 노사간, 계층간, 이념간 갈등의 벽을 허물었다. 내 편, 네 편도 없이 모두 우리 편이었다. 온 국민이 `대~한민국`을 소리높여 외치는 국민대화합의 장이 연출됐다.

또한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스포츠의 문화적 기능도 확인했다. 운동 경기에는 긴장과 극적인 반전과 희열, 감동 등 극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런던 올림픽은 한편의 블록버스터 대작 영화였다.

태극마크를 단 올림픽대표선수 245명이 출연했다. 제작사는 대한민국이었고 선수단장 이기흥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기간은 4년이 걸렸고, 지난달 28일부터 13일까지 장장 17일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시 개봉돼 역대 최다 관객동원기록을 세웠다.

내용은 올림픽선수단 374명(임원 129명, 선수 245명)이 22개 종목에서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치열한 메달 경쟁을 벌이며 금 13개, 은 8개, 동 7개 등 모두 28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순위 5위를 달성하는 장면을 다뤘다.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기까지 험난한 과정과 승리의 기쁨, 패배의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메달을 목에 걸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 배우의 이면에 많은 조연 배우의 눈물겨운 투혼도 있다. 드라마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뒷받침되어야 주연들이 빛을 발휘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한 많은 조연배우들의 역할이 뒷받침됐다. 4년간 피나는 훈련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 고개를 숙인채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오히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보다 더 진한 감동을 전했다.

심판의 오심으로 메달을 잃고 무대위에서 대성통곡하던 신아람, 세계 역도를 호령했던 장미란의 아름다운 퇴장, 연장 혈투까지 벌여 동메달을 놓쳐버리고 그라운드에서 울어버린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아름다운 패배 등 많은 명장면이 연출됐다.

포항시청 실업팀 소속 왕기춘 선수의 불운도 가슴을 저미게 했다. 왕기춘은 다른 선수와 달리 64강전부터 출발하는 대진불운으로 시작, 32강전에서 팔의 인대가 파열되는 심한 부상을 입고도 4강까지 진출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갈비뼈 부상에 이어 올림픽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지독한 올림픽 불운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올림픽에 출전, 한계를 극복하며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조연에 그친 많은 선수들의 노력에 더 큰 박수를 쳐주어야 할 것이다.

런던 올림픽의 대작 영화는 이제 막을 내렸다. 앞으로 4년후 열리는 브라질 올림픽 제작 준비에 들어간다. 이번 올림픽은 국민들에게 행복바이러스를 듬뿍 전했다. 스포츠는 이제 국민의 기본권이자 행복추구권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자본이기도 하다. 도로나 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버금간다 할 것이다. 스포츠 인재 발굴과 육성, 인프라구축 등 스포츠산업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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