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포항 화력발전소 논란, 책임질 것은 져야한다

등록일 2012-08-10 21:44 게재일 2012-08-10 23면
스크랩버튼
▲ 이준택 편집부국장

포항화력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논쟁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되는 듯하다. 지난해 포항시의 미래를 담보하는 동력이라며 목숨을 걸다시피한 포항시는 시의회가 유치에 동의해주자 주민의견 수렴과 반대의원 설득이라는 다소 엉뚱한 소리로 초점을 흐리게 하고 있다.

효력에 대한 판단은 뒤로하고 전체의원의 의결을 통해 동의한 것이라면 일단 시민의 뜻이라고 보면 된다. 시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표결로 말한다. 1표라도 많으면 그 뜻은 의회의 공식입장이다. 의원들이 표결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튼, 포항시의회는 찬반론 속에 투표를 강행, 유치동의결안을 통과시켰다. 그것으로 의회의 할 일은 다한 것이다. 의결에 따른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 셈이다.

이런데도 포항시가 주민의견수렴 운운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잘못 이해했거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싫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방의회가 의결해 놓은 사안을 집행부가 주민여론을 핑계 삼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집행부의 아집이자 독선이다. 정부가 민간사업자를 통한 화력발전소 건립에 지방의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도 지방의회가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의회가 동의해준 사안에 대해 시비 걸 것 없다. 동의결의안의 효력에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그래선 곤란하다.

효력문제를 살펴보자. 포항시의회는 지난달 25일 결의안 의결 당시 포항시 등으로부터 추진 주체가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확인했다. 현대건설이 포기한다는 입장은 의회 경제산업위원장에게 별도로 보고됐고 김성경 부시장도 같은 달 23일 비슷한 입장을 전체의원에게 전했다. 당사자인 현대건설도 의결하기 전날 포항시의회 이칠구의장을 찾아 같은 입장을 전했다. 따라서 현대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체의원 모두에게 충분히 숙지 된 셈이다.

유치동의 결의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다른 의원보다 이런 사실을 먼저 확인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포기한 시점에 유치동의결의안이 서둘러 제출된 점과 결의안 내용에 현대건설이라는 단어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러한 유추가 가능하다.

지난해 의회에서 부결돼 무산된 MPC코리아홀딩스(이하 MPC)의 재추진 얘기도 비슷한 시점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의원들이 알게된 것은 25일 유치결의안을 주도한 정석준 의원으로부터 확인됐다. 정 의원은 의장의 반대에도 MPC의 화력발전소 관련자료를 전체의원에게 제출했고 MPC는 이날 의회가 유치결의안을 동의해주자 기다렸다는 듯 오후 지경부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포항시의회가 의결할 당시 현대건설은 사업을 포기했고 MPC는 공식적으로 포항시에 관련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화력발전소를 전제로 동의해준 결의안은 당연히 무효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의혹을 뒤로하고 이것만으로도 의결안은 무효에 가깝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시간만 가길 기다리는 듯하다. 아니 속내를 감추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추진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의회도 집행부에 강한 입장표명은 꺼리고 있다. 이유가 무얼까.

또 다른 속내가 무엇이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1년 넘게 끌어온 이 사태를 대충 묻고 넘어가 버리기에는 너무 출혈이 크기 때문이다. 책임질 대목이 있으면 책임지고 사과할 것이 있으면 해야 된다.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결자해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