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인 우리집 옥상에서 고추와 참깨를 말리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손자에게 “야야 정지에 가서 박재기하고 치 좀 가온나”며 심부름을 시켰다. 옥상에서 할머니의 성화에 여름 땡볕에 시들시들해진 고추에 물을 주고 있던 손자는“할머니 정지와 박재기, 치가 뭐야?”라고 하자, 할머니는 “정지에서 박재기하고 치 가져오란 말이다”고 다시 말했다. 할머니의 심부름에 2층으로 내려오며 “할머니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정지에서 박재기하고 치를 가져오라는데 그게 뭐야?”라고 되물으며 궁시렁 궁시렁댄다.
사회가 갈수록 다변화하고 복잡한 구도로 가고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주요 화두로 등장한 것이 소통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올해 설 명절을 맞아 시장과 양로원, 병원 등 시민 각계각층의 고충을 듣는 등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도 김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시정에 대해 가까이에 있는 시의회와 언론, 시의 각종 위원 등을 소통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소통을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또 김 시장은 지난달 24일 지역 7개 대학교 신문사와 학보사 소속 대학생 기자단 40여명과 함께 도시철도 3호선 교각 미관조성 현장과 혁신도시, 첨복단지를 견학했고 26일에는 대구참여연대, 대구여성회, 지방분권대구경북본부 등 17개 시민사회단체 실무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같은 김 시장의 소통 행보에도 지역에서는 대구시가 여전히 일과성, 형식적, 밀실행정으로 여전히 소통은 부족하다는 시각들이 많다.
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은 예전에는 시민단체들이 건의하면 곧바로 시장에게 전달됐는데 최근에는 전달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중간 간부들이 소통을 막고 있는 것 같다며 대구시의 소통 부재에 대해 쓴소리를 하곤 한다.
대다수의 시의원들도 대구시 공무원의 시민 의견 수렴 노력이 부족하고 일부 단체의 의견을 시민 전체의 의견인 것으로 여기고 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구시의 소통부재를 꼬집었고 지역 모 교수는 대구시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자 다음부턴 연락을 안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소통부재는 꼭집어 공직자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분지인 대구시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대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으로 끼리문화가 존재하며 사회 전반적인 소통은 여전히 부재다. 특히 지역 경제계의 끼리문화는 대구지역 소통부재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역에서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해 대구시의회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삭발을 하고 국채보상공원에서 연일 집회를 가질 때에도 지역 경제계는 뒷짐만 지고 있었으며 지역 여론에 밀려 마지 못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면피에 급급했다. 이같은 행태에 지역 신공항 유치 단체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경제단체에서 신공항 유치를 위해 시민단체에 적극 지원을 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지역 경제인들은 남의 일인 양 뒷짐을 지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계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모 대구시의원은 신공항이 지역 인근에 유치되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이 경제계라며 가만히 앉아서 떨어지는 감만 기다리는 격이라며 대구 경제계의 끼리문화와 지역민과의 소통부재에 비판을 가했다. `통즉불통(通卽不通), 불통즉통(不通卽通)`, 허준의 동의보감에 있는 말로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이다. 기혈이 통하지 않고 막히면 병에 걸리듯이 사회도 소통이 되지않으면 사회 역시 병이 든다. 대구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폐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