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숲에 갔다` 문학과지성사 펴냄 편혜영 지음, 365쪽
이 소설은 숲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그들이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숲이 복잡하고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막막한 곳임을 점차 깨달아가면서 전개된다.
숨 가쁘게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작가의 그 어떤 전작들보다 개성 강한 인물들과 그들이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에 매료될 것이고, 결국 `복잡하고 막막한 곳은 숲뿐이 아니라는 걸, 의심과 불안이 잠식하는 한 우리가 사는 곳은 그게 어디이든 애당초 다 그렇다`는 삶의 진실과 맞닥뜨릴 것이다.
전작 `저녁의 구애`로 도시 문명 속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황폐한 내면을 꿰뚫으면서 편리하고 안온한 일상이 끝모를 공포로 탈바꿈해가는 순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작가 편혜영이다.
“군더더기 없는 플로베르적 절제로 최대의 소설적 경제를 이끌어냈다”는 찬사와 함께 그해 동인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편혜영이 이번에 발표한 신작 장편 `서쪽 숲에 갔다`의 무대는 서울에서 400여km, 차로 달려 네 시간 거리쯤에 위치한 숲이다. 이번 이야기는 이 숲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서쪽 숲에 갔다`는 실종된 형 이경인을 찾아 외딴 마을을 찾은 변호사 이하인이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형의 행적을 추적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의 모든 일을 관리하고 또 관여하는 듯한 진 선생과 은퇴한 벌목꾼들로 마을 상점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안남, 최창기, 한성수 모두가 거대한 숲을 둘러싼 범죄를 은닉한 공모자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만을 낳은 채로 1부가 닫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