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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사람이 삶도 풍요롭게 살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7-20 20:51 게재일 2012-07-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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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민음사 펴냄, 정혜윤 지음, 256쪽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독서와 생생하고 감각적인 글쓰기로 매번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던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민음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던지는 독서에 대한 여덟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은 써먹을 데가 없는 거 같아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등.

정혜윤은 독서 강연을 하며 숱하게 들어 왔던 이 여덟 가지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질문들은 모두 누구나 원하는 `다른 삶`에 대한 답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독한 독서가로 이름을 떨치는 저자가 그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느꼈던 모든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읽어 온 수많은 책을 통해 삶의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며 만난 `거리의 스승들`을 통해 질문에 답하며 그녀만의 독서론, 독서법, 그리고 인생론을 펼친다.

늘 연재를 통해 먼저 독자를 만나고 후에 책으로 묶어 내는 방식이 익숙했던 저자가 처음으로 연재 없이 책을 출간해 독자들에게 처음 공개되는 글이기도 하다.

▲ 정혜윤 작가가 출판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삶을 바꿔 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그리고 누구나 그만큼 현재 삶에서 불안을 느끼고 어딘가 의지하고 싶어 하며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저자는 앞서 말한 책에 대한 여덟 가지 질문이 단순히 `독서의 기술`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그 자체가 `삶의 기술`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가령 가장 흔하게 던지는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라는 질문은 우리가 단지 생존하고 연명하기 위해서만 한정된 하루의 시간을 보내지 않고 그 일부를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내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정혜윤은 이에 대해 `자율성의 시간`이라는 개념을 `나를 키우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답한다. 우리가 하루 중 일부를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의지와 욕망으로 기쁨에 몰두해 보내면, `그 시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내 영혼을 조금씩 성장시키고 결국 삶의 나머지 시간까지 다른 의미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에 부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정혜윤은 이 차이가 물리적 시간을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스탕달의 `적과 흑`, 베른하르트의 `야우레크` 등의 책과 실제로 인터뷰를 한 농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적으로 풀어 놓는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며 `삶을 바꾸는 독서의 기술`, 곧 `창조적 삶의 기술`을 말한다.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등의 질문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모두 삶의 문제로 바꿀 수 있다. 이 질문들에는 “사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불안한데도 계속 살아가야 하나요?” 등의 질문이 숨어 있다.

책 읽기에 대한 이 모든 질문은 결국 지금과 다른 삶에 대한 열망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모든 질문의 답이 우리 삶에 있다고. 책을 잘(풍요롭게) 읽는 사람이 삶도 잘(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독서법 중 하나는 책에서 문자보다 삶을 먼저 읽는 것이다.

혹자는 (대개 성공을 위한, 또는 리더가 되기 위한) 책 읽기에서 독해력이나 어휘력을 더 중요시하고 그것을 훈련하거나 공부하기를 요구하지만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독서 능력은 공감하고 타인을 돌아보고 세상과 자신을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저자는 또한 책에서 삶을 읽어 내는 것만큼 삶에서 이야기를 읽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혜윤은 오랫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처음엔 책에서 삶을 발견하고 감탄했지만 후에는 오히려 삶의 현장에서 (책에서 봤거나 책보다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놀라곤 했다고 고백한다. 독서의 기술이 삶의 기술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기술이 독서의 기술이 되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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