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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한 계산·치밀한 검증으로 미지세계 펼쳐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7-06 21:50 게재일 2012-07-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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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 기하학` 문학동네 펴냄, 함기석 지음, 156쪽
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은 시인 함기석의 신작 시집 `오렌지 기하학`(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전작 `뽈랑공원`이후 4년 만에 나온 이번 시집은 따로 부가 나뉘지 않은 총 67편의 시가 엮였다.

한국 현대시의 최전선에서 수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감행하는 함기석의 시는 독자들에게 그리 친절한 편이 되진 못한다. 하지만 그 시세계에 발을 담그면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우주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다가올 것이다.

문자와 의미, 존재와 무한, 말의 한계와 가능성, 그 소멸의 과정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진지하고도 고통스런 성찰을 전개해온 시인 함기석은 이번 시집에서도 정밀한 계산과 치밀한 검증을 바탕으로 미지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무한을 사유하고, 거기서 무에 이르는 길을 쟁취해내는 데 바쳐지는 시. 그것은 시집 전반에서 복잡한 수학적 개념들을 연동시키고 여기에 온갖 언어 실험을 포개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글과 사유, 시 창작의 과정을 수학과 결부시켜 제반의 물음을 확장시켜나가는 일련의 작업은 그러나 “피로 물든 백지와 함께 나를 찾아온다”(`오렌지 기하학`). 불가사의한 인간의 운명이나 우주와 시간과 같은 개념을 수학적 사유를 빌려 시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시인의 작업은 왜 인식의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모험인가.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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